우리집 , 류해윤 | 어릴 적 이야기 2

미아국민학교 앞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3층짜리 적벽돌집이 우리

류해윤_우리집_종이에 아크릴 물감_50x65.7cm_2004

[미아국민학교 앞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3층짜리 적벽돌집이 우리집이다. 둘째의 손을 잡고, 핏덩이 막내를 둘러업은 채 큰 놈을 앞장 세워 상경한 후 지금까지 수십여 년 서울살이를 이어온 집이다.

시골 고향집만 주구장창 그리고 있던 어느 날 아버지는 이 집을 그렸다. 아마도 집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곰삭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까. 이 장면은 어쩌면 가장 넉넉했던 호시절의 풍경이다.

3층에 큰아들 내외와 손주들까지 3대가 살았다. 아래층에 세탁소와 복덕방이 아직 영업 중인데 용돈벌이 수준이었다. 옥상에 엄마의 정원이 가꾸어졌고 옥탑방에 아버지의 화실이 꾸려졌다. 큰 찻길 아래 첫 사거리의 모퉁이 집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오가는 자동차도 꽤 많았다. 우리집은 오래된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지금은 사방으로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마치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대의 풍경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기억을 만질 수 있는 우리집을 아버지의 그림 3,000여 장을 모아둘 수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만들 수 없을까. 2022. 1.4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