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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Jan 04. 2022

훈수 | 어릴 적 이야기 3

아버지는 세탁소 구석에 작은 책상 하나 놓고 복덕방 사무를 봤다.

훈수_oil on linen_45.5x53cm_2022



[아버지는 세탁소 구석에 작은 책상 하나 놓고 복덕방 사무를 봤다. (70세에 이르러 처음 붓을 들었을 때도 그 책상 앞이었다.) 동네의 할아버지 한 분이 조수를 겸해 매일 나와 있었다. 거의 반평생 동안 통반장을 역임했던 아버지는 집집마다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 전세 및 매매 계약서 작성은 물론 손님을 데리고 가 집 보여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할아버지는 잠시 비운 가게를 지키며 학교를 파하고 돌아온 애들과 오목이나 장기를 두었다. 훤칠한 키의 마른 몸에 한복을 주로 입었다. 언제나 평온한 인상을 지녔으며 그닥 말이 없었다. 그의 오목이나 장기 실력은 그리 보잘것없었다. 그에게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2022.1.3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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