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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Jan 03. 2022

훈수 | 어릴 적 이야기

_oil on linen_45.5x53cm_2022

훈수_oil on linen_45.5x53cm_2022


네 살 터울진 동생이 어릴 적 이야기를 쓴다. 작년 한 해 스러져가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동안 불쑥 떠오르는 사건을 고구마 줄기 캐듯이 기억 속에서 길어 올린다. 아버지는 2021년 12월 10일 이 별을 떠났다.


70세에 붓을 든 당신이 지난 나날을 샅샅이 그림으로 더듬었듯이 동생도 어릴 적을 글로 복원한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오르지 않나, 자식은 부모의 새 살이다. 내리 이어진다.


당신의 부재가 당신의 존재를 완성한다. 남은 자식들이 아버지, 당신을 기억하며 가족 공동체의 끈을 다잡는다. 더 많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 십 년 전 어머니를 배웅한 직후 삼형제 가족이 제주여행을 감행했다. 이번엔 어릴 적 기억 속으로 함께 날아가 거닐자.


어릴 적 이야기의 주 무대인 우리집을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번져가는 동네의 표면질감이 아직도 눈에 훤하다. 큰 찻길, 미아 국민학교, 길음시장, 공영주택이 사방으로 이어지고, 거기에 봄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며, 낮과 밤이 번갈아 교차한다.


아.. 너무도 선명하다. 코를 벌름거린다. 기억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그때 거기에 동생도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한 켜 한 켜 어릴 적 기억마다 촘촘한 질감의 배경을 병풍처럼 세워 실감을 더하자. 2022.1.3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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