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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Feb 03. 2022

2월 1일 오후 12시 45분

설 아침이다.

2022년 2월 1일 오후 12시 45분_oil on linen_53x45.5cm_2022


설 아침이다. 작업실은 어제와 다를 게 없는데 문밖 세상은 눈으로 하얗다. 작은 캔버스를 꺼냈다. 빈 캔버스를 팔레트 삼아 사용한 후 남은 물감을 살뜰하게 나이프로 펴서 바탕칠 해놓았던 거다.


붓을 들어 나무줄기, 가지의 움직임을 좇아 공간을 갈랐다. 소복한 눈을 겅중겅중 듬뿍 놓았다. 이때 건너편 사철나무의 푸른 잎이 바람에 눈을 털어냈다. 근경 너머로 붓을 옮겼다. 어라, 알록달록한 바탕칠의 분홍이, 연록이, 파랑이 봄을 앞당겨 가리키고 있지 않나. 아직 이른 봄을 회색 빛깔의 대기를 좇아 덮어 갔다. 끗희끗 봄이 남았다.


집들 사이로 잿빛 하늘에 파란 기운이 스미었고, 철재 울타리의 살 하나하나가 움직거렸다. 그리고 새가 날아갔다. 2022.2.1 륮


2022년 2월 1일 오후 6시 2분_oil on linen_45.5x53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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