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디캔팅

by 영리한 호구

여러분 디캔팅이라고 아시나요?? 와인을 드시는 분들은 아실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술을 워낙 못마셔서 와인은 단거와 쓴것이 있다고 말하는 문외한이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밀봉되어 있던 와인을 산소와 만나게 하면서 텁텁한 맛을 줄이고 더 향기롭게 해준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숨을 쉬게 해준다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예전에 수도원에서 같이 살다가 나온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축하해주러 간 그 자리에 반가운 얼굴들이 잔뜩 있더라고요. 예전에 같이 살다가 공동체를 떠났던 동생들이었죠. 못본지 6~7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고, 비교적 최근까지 만났던 친구들도 있었죠.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옛날 이야기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정말로 즐겁고 따뜻한 시간 보냈답니다. 다들 사회에 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예전에 같이 살았던 그 추억으로 6~7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어제보고 오늘도 보는 것처럼 어색함 없이 웃고 떠들었죠.


대략 10명 가량이 모였는데 재미있는 것이.. 같이 살 때는 조금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예전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즐거워했다는 겁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관계라는 것은 절대적이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답니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야..라고들 말하는 것들이 괜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 당시 공동체라는 밀봉된 공간과 몇명 안되는 관계 안에서 서로 쓰고 텁텁한 맛을 내는 관계로 어긋나 버렸던 관계들도 사회라는 공간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예전의 섭섭하고 화가 났던 기억들보다는 함께 즐거웠던 시간들을 남기고, 추억하면서 관계가 좋아진것 같았어요. 관계가 와인처럼 디캔팅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우리의 관계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랍니다. 물론 좋은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나쁜 기억은 조금 날아가고 좋은 기억, 견딜만 했던 기억으로 바뀌는 경우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것만 알아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좀 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회사라는 공간에, 학교라는 공간에, 학원이라는 공간에 밀봉되어 그 관계만 바라보고 이것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도, 영원히 이 밀봉된 상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와인이 산소를 만나는 디캔팅을 당하듯 우리도 다른 이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만들고 경험을 해나가면서 지금의 쓴맛과 텁텁함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요, 조금 그 관계를 대하는데 편해지지 않을까요?


내가 살아가는데 분노가 큰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꼭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자신을 내몰지 않아도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답니다. 그렇게 내가 먼저 그 관계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 분명 그 사람도 나를 대하는 것이 조금은 달라질 꺼에요. 사람들은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고, 또 그 사람들 자기도 꺼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더더욱 점점 갈라지는 길을 걸어가게 되겠죠.


하지만 내가 관계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다면 그 사람을 조금은 편하게 대한다면 상대도 나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할 껍니다. 그렇게 밀봉된 상태에서 미리 디캔팅(?)이 이루어 지는 경우도 나올 수 있으니까 우리 이제 지금의 관계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기로 해요. 이 관계가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리 나쁜 관계가 아니었다고 추억하게 될 관계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조금은 부담없이 다가가고, 조금 더 따뜻하게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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