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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Oct 29. 2022

인생이라는 터널의 안전장치

예전에 강원도에 여행을 갈 때 일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유난히 터널이 많더라고요. 짧은 터널도 많이 지나갔지만 정말로 지루하게 긴 터널도 있었습니다. 운전해보신 분들은 아실 껍니다. 어두운 배경 속 일점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구도로 일정한 간격의 조명이 만들어 내는 동심원들, 단조로운 배경.. 이 상황은 뭐에 홀린듯이 잠이 옵니다. 거의 자극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계속 똑같은 조명과 배경이니 아무 생각 없이 최면에 드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천천히 흔들리는 목걸이를 보다가 최면에 걸리듯이 말이죠. 


 터널 안에서 졸린 것이 저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터널안에 졸지 말라고 온갖 설비들을 집어 넣었을까요. 어딘가는 중간중간 빨주노초파남보 색이 있는 조명을 배치해서 터널안에 무지개를 보여주는 곳도 있고요 갑자기 사이렌을 울리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바닥에 밟으면 소리나는 설비를 해서 지나가면 바닥이 드르륵 하면서 도, 미, 솔~ 하면서 소리로 자극하기도 하죠. 이러한 많은 설비들은 단조로운 터널의 연속성을 깨는 것들입니다. 시각, 청각, 촉각 등으로 말이죠. 이렇게 연속성이 깨질 때 우리는 한번 쯤 정신이 깨어나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을 생각해 보면 이런 터널과 비슷하지 않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직장가고, 일하고, 돌아와서 유튜브 조금 보다가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직장가고 일하고, 돌아와서 좀 쉬다가 자고.... 그렇게 끊임없이 쳇바퀴가 굴러가다 보면 뭔가 무기력해집니다. 아무 생각도 없어지고 그냥 살아가는 듯한 상태가 되어 버리죠. 마치 어두운 배경에 일정한 조명들을 보면서 최면에 걸려 멍..한 상태 처럼 말이죠. 

 

 이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색색의 조명처럼, 바닥에서 소리를 내는 장치처럼 우리 삶의 연속성을 깨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걸 취미라고 말하고 싶어요.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을 겁니다. 뭔가 생각했을 때 설레어서 내 마음을 뛰게 만든다면 말이죠. 직장끝나고 취미를 즐길 생각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울 생각에 설레임이 있다면 하루가, 그리고 인생이 조금은 생동감 있어 지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은 악기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여행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형태든 상상만으로 마음이 두근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좋을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망설여지겠죠. 해 보고는 싶은데 나랑은 안맞을 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흉을 볼 수도 있는 것이 겁이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보고 아니면 안하면 되니까요.. 자신과 맞는 취미나 일들을 찾는다면 쳇바퀴처럼 반복되며 멍하니 살아가던 삶에서 벗어나 정신차리고 활기찬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여기도 주의할 점은 있어요. 터널에서 잠을 깨우는 것은 배경적인 요소들입니다. 즉, 내가 운전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막지 않죠. 하지만 누가 운전자들 잠을 깨우겠다고 고라니를 풀어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잠이야 자지 않겠지만 난리가 날겁니다. 이처럼 우리의 취미나 여행 같은 일들은 나의 가는 길을 방해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뭐가 있을까요.. 도박, 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것.. 이런 것들은 정신이 번쩍 나게 해 줄수는 있지만, 나의 건강한 삶을 방해하는 것들이니까요. 


 자신에게 어떤것이 좋고 나쁜지는 자기가 알 수 있을겁니다.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무료하게 반복되는 나의 삶의 연속성을 깨줄 어떤, 가슴뛰는 일들을 찾고, 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즐겁고 다채로워질 것이고, 여러가지 스트레스때문에 예민해 지는 일들도 적어질 겁니다. 결과적으로 인간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겠죠. 그러니 각자 자신의 방법들을 찾아보고, 시작해 보는건 어떨까 합니다. 그럼 다들 자신만의 생동감넘치는 삶을 살아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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