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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Nov 01. 2022

번아웃이 오나요?

요즘은 병원생활을 하면서 참 지치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중환자실 당직을 서는데 밤마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어서 1시간 밖에 못자고 다음날 일과를 다시 시작해야하는 일들이 자꾸 반복이 되다 보니 몸도 지치고 마음도 덩달아 지치더군요. 예전에는 퇴근하고 시간이 나면 뭔가를 하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요즘은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기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간만에 제시간에 퇴근을 하고 나와서 동네에 있는 사우나를 찾아갔습니다. 그냥 뭔가 환기할 것이 필요했거든요. 처음 가보는 사우나 였는데 탕이 몇개 비어 있더군요. 탕은 히노끼탕, 이벤트탕, 온탕, 열탕, 급냉탕, 냉탕, 마사지탕이 있었는데 물이 담겨 있는건 온탕과 작은 급냉탕, 그리고 마사지 탕 세개였습니다. 부수적인 것들은 다 배제한 채 사우나의 핵심중의 핵심인 온탕, 냉탕, 습식사우나만 운영중이었죠. 납득이 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타격이 있었을 테니까요. 이럴 땐 여러가지를 벌이기보다는 최소한의 핵심적인 것만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우리 몸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흔히 쇼크상태 라고 하는 건 몸에 여러 이유로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을 말합니다. 피를 많이 흘려서 몸안에 돌 피가 없거나 심장이 기능을 못해서 펌프질로 피를 보내주지 못하거나..하는 경우죠. 이런 경우 우리 몸은 선택을 합니다. 우리가 생존하는데 정말로 필요한 장기로 피를 모아줄 수 있도록 다른 부수적인 장기로 가는 혈관은 좁게 만들죠. 그래서 피가 적어지면 우리의 심장이나 뇌로 가는 피를 유지시켜 주는 겁니다. 어찌보면 여러가지 탕 중에 핵심중의 핵심인 온탕, 냉탕, 습식사우나만 운영하는 목욕탕과 비슷하지 않나요? 그렇게 해서 생존 한 후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부수적인 부분까지 피를 보내주는 것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흔히 번아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씁니다. 너무 불타버린 나머지 재가 되어버려 에너지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 하죠. 그럴 때 흔히 우리는 부족한 나의 탓을 하곤 합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이정도로 지치는 거라고 말이죠. 그리고는 억지로 기운을 내 보려고 노력하다가 다시 힘을 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며 더 주저앉게 되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번아웃이 온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다만 그런 시기가 있는 겁니다. 많은 이유들로 에너지가 떨어지는 때가 말이죠. 건강하고 에너지 넘칠 때 거뜬히 하던 일을 번아웃의 시기에 못한다고 그것이 나를 탓해야 하는 일일까요? 아니죠. 그 때는 일을 벌리기 보다는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 선택은 생존에 대한 것이죠.



 사우나도, 우리의 몸도 힘든 시기가 오면 정말로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집중합니다. 아니, 어떻게보면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는 표현이 더 와닿겠네요. '생존'을 위해서 말이죠. 그것 이외에는 더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겁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도저히 하던 일들을 지속할 수 없는 때가 옵니다. 그럴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요 '버티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어차피 이 기간에는 누구도 많은 것을 하지 못합니다. 이럴 땐 많은 생각말고, 그냥 버티고 살아 남는데 에너지를 쏟아부으세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버텨내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겁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거에요~!! 살아있다는 것, 버텨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인생의 목표인 것이고,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번아웃의 시기에 많은 것을 하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말고, 묵묵히 버텨내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보세요. 이 시기만 지나면 다시 예전의 에너지 충만한 나로 돌아갈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러니까요 많은 생각하지 말고 버텨보죠. 그리고 잘 버텨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자랑스러워 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이 시기가 지나갈 때 더 빨리 이전의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러니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잘 버텨내고 있는 자신에게 자랑스럽다고, 잘버티고, 잘 하고 있다고 한마디 해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다시한번 말합니다. 우리의 가장큰 핵심과 목표는 생존이에요. 버티고 살아있기만 한다면 언젠가 다시 치고 올라갈 기회는 언젠가는 생길껍니다. 그러니 너무 힘들 땐 무언가 더 벌일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힘을 비축하며 버텨내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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