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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Jan 18. 2023

나도 모르게 가치있는 나

 이번에 청평으로 혼자 글램핑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엔 산위에 있는 호수인 호명호수라는 곳이 유명하다기에 무작정 찾아갔죠. 가는 길에 개방 기간이 3~10월까지라는 현수막을 얼핏 보았지만 애써 못본체 하며 계속 차를 몰았습니다. 그 입구에 도착해서 본 것은 차도는 개방되지 않았지만 걸어서는 갈 수 있다는 안내문이었고, 3.9Km로 1시간 가량 소요 된다는 안내였습니다. 저는 어차피 온거 좀 빨리 걸으면 되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출발했죠. 그렇게 아무도 없는 차도를 혼자 걸으며 생각보다 먼 거리와 그날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을 했다는 것을 새삼 체감하였습니다. 빨리 걸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정말로 1시간이 걸리더군요. 출발한 시간이 5시 좀 넘어서였고 호명호수에 다다르니 6시가 넘어 있었고 이미 해는 거의 져서 어둑어둑 해진 상태였습니다. 


 호수 주변을 빠르게 걸으며 보고나서 든 생각은 '망했다' 였습니다. 해는 이미 지기 시작해서 어두운데.. 가는 길에는 가로등 하나 없었고, 조선시대 사람이 호랑이를 두려워 하며 밤에 산을 넘었던 그 심정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죠. 가다가 앞이 안 보일정도로 어두워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휩싸여 다리가 아픈것도 모른채 거의 뛰다시피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해가 졌는데도 생각보다 앞이 보이는 것이었죠. 달이 뜬 것도 아니고 날씨는 구름으로 뒤덮인 흐린 날이었는데 말이에요.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왜 그렇게 앞이 잘 보였는지를 알게 되었죠. 바로 산 아래 있는 카페들과 식당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잔뜩 낀 구름에 반사 되어서 간접조명으로 제 앞길을 비춰주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그 카페나 식당의 사장님들이 저를 위해서 불을 밝혀 주었을리 없겠지만, 그분들의 생활을 그대로 사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어찌보면 제 생존과 무사귀환에 중요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분들은 앞으로도 모르시겠죠. 자신의 영업장의 불빛이 저를 살렸다는 것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알고 싶어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던, 사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위치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하죠. 그리고 내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느껴질때면 우울해집니다. 세상에 도움도 안되고 가치도 없는 내가 살아서 뭐하나..라는 자괴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그 가치를 내가 모르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요?


 제 앞길을 비춰주었던 그 카페의 사장님도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하는 분이셨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삶이 제게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그분이 알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움을 받은 저는 분명히 있는 걸요. 내가 찾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살아 숨쉬며 나의 삶을 살아간다면, 굳이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더라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게 됩니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듯이 말이죠. 적어도 이 글을 읽고 힘이 된다,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해주시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인친님들은 일단 제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니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실 필요가 없습니다~!!ㅎㅎ


 그러니까요. 자신의 가치를 내가 찾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이 가치없는 인간이라고 단정짓지는 말기로 해요. 그렇게 극단적인 생각은 그만두도록 하죠. 나의 삶이, 그리고 나의 생업이, 나의 취미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위로가 되기도 하고, 삶의 희망기 되기도 하며 길을 밝혀주기도 하니까요. 나에게 어떤 피드백이 오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내가 모르더라도 나는 이 세상에서 내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믿어보도록 하죠.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가 증명할 수 없듯이, 내가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도 우리 능력으로는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이왕 다 같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내가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럼 오늘도 우리의 가치를 확신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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