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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Jan 25. 2023

나를 다시 일으키는 힘

가평에서 홀로 글램핑을 했을 때 이야기 입니다. 역시 글램핑은 불멍을 하러 하는 것이기에 마지막은 불멍을 하며 이것저것 생각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죠. 처음에는 불이 정말로 안 붙습니다. 제가 못붙이는 것도 있겠지만 쌩 장작에 불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잠깐 불이 올라왔다가도 토치를 끄면 그 불도 다시 꺼졌거든요. 그렇게 어렵게어렵게 불을 붙이고 불멍을 했습니다. 불멍을 하다보니 실수로 불이 한번 꺼졌습니다. 다시 아까 했던 그 수고를 또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장작을 넣고 부채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토치로 불도 안붙였는데 불씨가 살아나더니 불이 활활 붙는 것이었죠. 내심 다행이라고 외치며 아까랑 뭐가 다르길래 불이 이리 쉽게 붙은건지 살펴보았습니다.  


답은 밑에 깔린 많은 숯이었습니다. 불멍을 시작한 지 조금 시간이 되어서 앞서 타면서 숯이 되어 부서진 조각들이 바닥에 깔려서 빨갛게 열을 뿜어대고 있었죠. 그 자체에 불이 붙어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장작을 올려놓고 부채질을 해주면 새로 들어온 장작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죠. 차이는 그것 이었습니다. 이미 타고난 것들이 없어지지 않고 바닥에 깔려 열기를 더해주고 있었던 것이죠. 처음에는 바닥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고생하면서 피웠던 불들로 만들어진 숯이 바닥에 제대로 깔려서 다음 장작을 불태울 에너지를 머금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삶의 내공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마음은 수시로 변합니다. 언젠가는 열정과 희망으로 불타오를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모든 불이 꺼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있지요. 아무리 자신을 다잡으며 살아온 사람이라도 그런 고갈의 때는 옵니다. 그러면 우리의 경험과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요? 살아가면서 몇번이고 내 안의 불씨가 꺼지니 말이죠.  


제가 이번에 찾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가 불멍을 하면서 불을 붙이려고 노력했던 시간들과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 장작을 넣으며 노력했던 그 시간들은 없어지지 않고 모닥불의 바닥에 제대로 쌓이고 있던 겁니다. 그 안에 불길은 보이지 않지만 에너지를 품은채로 말이죠. 그리고 언젠가 불이 꺼졌을 때 장작만 넣어주고 바람만 불어넣어주면 다시금 쉽게 불을 지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있는 것이죠. 우리가 살아가며 하는 많은 수고와 노력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했던 경험과 노력들은 그 시간이 지났다고 없어지지 않아요. 우리의 마음안에 제대로 쌓여 있을 겁니다. 새빨갛게 에너지를 품은채로 말이죠. 


그래서 많은 경험과 노력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설령 마음이 고갈되어 불이 꺼졌더라도 그 밑에 깔린 노력이라는 숯조각이 금방 쉽게 불을 지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면서 쌓이게 되는 '내공'일 것이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많은 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지금 처해있는 어려움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만큼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일어날 힘을 되찾기가 힘들죠. 하지만 그 일을 버텨내고 난 후 또 다른 어려움이 나타날 때 '그 때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잘 넘어갔으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 전보다는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고, 새로운 힘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제가 항상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의미없는 시간은 없다는 것이죠. 좋은 시간이든 힘든시간이든,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경험이든 우리에게 의미없이 지나가는 것들은 없다는 겁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하는 거에요. 너무나 힘들게 버텨낸 시간들이 나에게 전혀 의미가 없었다면 그것만큼 원통한 일이 있을까요?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의 경험이 되고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의미가 있다면, 그것이 나의 내공으로 쌓인다면 그래도 내 삶의 한 조각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앞으로의 삶도 버려야 하는 시간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인것이죠. 


음력으로 새해인 설날입니다. 지금까지 내 삶에 아픈 기억으로 남았지만 그것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나의 어떤 내공으로 남아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이제 시작하는 한 해를 살아가며 혹시나 나의 마음의 불이 꺼졌을 때 다시금 불을 지펴줄 수 있는 숯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잠시 불이 꺼졌더라도 쉽게 다시 마음의 불을 활활 태울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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