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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Feb 01. 2023

마스크 벗고 진정한 나를 드러내기

드디어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아직 허용이 안되어서 저는 그리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헬스장에 가서 느끼게 되었죠. 그렇게 마스크를 벗은 채 운동을 했습니다. 참 신세계 더군요.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하면 땀에 젖은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고 찝찝한 기분이 계속 되었는데 마스크를 벗고 러닝을 하고 운동을 하니 새삼 뽀송뽀송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참 좋았죠.


그렇게 마스크를 벗고 운동을 하고 있는데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운동을 할 때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운동을 합니다.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어차피 입이 보이지 않으니 제가 소리만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 눈을 신경쓰지 않고 할 수가 있었죠. 그런데 습관적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거울을 보니 입모양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제가 보였고 왠지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는 왠지 입을 다물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할 때 입을 가리는 제스쳐는 좋지 못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말이 거짓임을 숨기고 싶어서 무의식 적으로 하는 제스쳐라는 것이고, 그걸 상대방이 느끼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는 물론 마스크가 의무가 되기 이전의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딱히 입을 가릴 필요가 없었죠. 어차피 사람과 마주할 때 제 입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으니까요. 그러니 내가 거짓을 이야기 하든 욕을 하든 나의 본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저절로 숨겨지는 것들이니까요.


그리고 가려진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채우기 때문에 저절로 이미지가 좋아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마기꾼'이라고 하는 것도 누군가를 볼 때 눈만 보고 내 안에서 그 눈에 맞는 최적의 코와 하관을 생각하고 기대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다 마스크를 벗었을 때 나타나는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마기꾼이라며 비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나 자신의 모습은 숨긴 채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서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삶을 살수록 우리는 계속 지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가 점점 땀에 젖어서 숨쉬기 힘들게 만드는 마스크처럼 처음에는 순수하게 '착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반복될 수록 나는 고갈되는 것을 느끼죠. 그렇다고 중간에 나를 드러내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나의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 나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 나를 대하고 있으니, 그 기대감과 다르게 행동을 하면 나를 '마기꾼' 보듯이 실망할 테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엔 함께 일하다가 가끔 마스크를 벗을 때 흠칫하는 사이더라도 함께 매일 식사를 하며 서로의 맨 얼굴이 익숙해지면 마스크를 썼다 벗더라도 어색해 지지 않습니다. 서로의 본 모습을 이미 알기 때문에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 하더라도 더한 기대를 하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 줄 수 있는 것이죠.


여러가지로 불편한 마스크이지만 욕을 하는 입이나 노래를 부르는 입을 가려주기 때문에 버릴 수 없어 계속 낄 수 밖에 없다면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는 느낌은 얻을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너무나 불편하지만 진정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진정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과 있는 안정감과 편안함은 느낄 수 없을 겁니다.


이제 자신을 조금은 드러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가 마스크 벗은 모습을 처음 보이면 상대는 흠칫 하긴 하겠지만 서로의 본 모습을 계속 보다보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본 모습도 처음 보여주면 흠칫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오히려 그 모습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더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될 수 있죠.


마스크를 낀 관계는 환상과 기대는 있지만 안정감은 없습니다. 마스크뒤의 진실된 하관을 우리는 모르니까요. 하지만 마스크를 벗은 관계는 환상과 기대는 없지만 안정감이 있죠. 어떤 관계가 안정감 있게 지속될지 말씀 안드려도 아실겁니다. 그러니 나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우리의 가식도 벗고 진실된 관계를 만들어 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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