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기학원에서 독백연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는 좀 색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도어락' 에서 싸이코 납치범의 대사를 골랐습니다. 상대방이 마취에서 풀린 직후에는 자상하게 말하다가 점점 자기가 생각한것과 다르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조금 차갑게 이야기 하다가 상대방이 울면, 웃으면서 나 무서운 사람 아니라고 말하는 구성으로 혼자 짜 보았죠. 대사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A4 용지로 9줄정도 되었거든요. 하지만 대사를 읽다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9줄되는 대사를 감정에 따라 크게 4덩어리로 나누었고, 그 감정대로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읽었지만 정말 이상한 말투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자상하다가 화내고 차갑다가 만족한 듯이 웃는것.. 이것만으로는 대사를 읽을 수 없었습니다. 한 덩어리를 이루는 2~3 문장중 어느 문장을 세게 읽을 지, 같은 문장 안에서도 어디서 소리를 지르고 어디는 소리를 죽일지.. "경미씨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요." 라는 대사에서 웃으면서 말하다가 중간에 무표정 했다가 문장 끝나고 씩 웃어볼지.. 한 문장이나 한 단어의 악센트와 억양, 크기과 속도만 바뀌어도 느낌이 전혀 달라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크게 소리 지르는 것보다 웃으며 속삭이는 소리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도 느꼈죠.
우리의 속담에는 말과 관련된 것들이 있습니다. 말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들이 있죠. "경미씨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요." 라는 문장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신혼살림에 부인을 설거지 시키지 않기 위한 남편의 자상한 말이 될 수도 있고, 싸이코 납치범이 상대를 협박하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 문장으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에 말하는 방법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쓰여진 대사를 읽는데는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을 해야만 자연스러운 말이 나오는데 왜 우리가 대화를 할 때는 이런 과정 없이도 자연스러운 말이 나올까요?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 볼까요? 정말로.. 자연스러운 말이 나오나요? 내가 전하고 싶은 뜻이 온전히 전해지고 있어요? 혹시나.. 상대방이 오해했을 때 말을 한 내 잘못 보다는 잘못알아들은 상대를 탓하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가 말을 할 때는 평소 우리가 말하는 습관이 입혀져서 나가기 때문에 따로 내가 문장의 억양이나 어투를 생각하지 않죠. 내가 이야기하는 문장에 그저 나의 언어습관이 입혀져서 나갈 뿐입니다. 대화중에 내가 말할 문장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말하지는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평소에 말하는 언어습관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왠지 매사에 비꼬는 말투를 가지고 있는 사람, 말하다보면 꼬치꼬치 캐묻고 있는 사람, 왠지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사람.. 우리 주변에 생각해 보면 그런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 날 겁니다.
다른 사람 뿐만 아닙니다. 가끔 내 감정상태에 따라 그럴 마음은 아니었는데 상대방에게 쏘아붙이는 말투로 이야기 한다던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말투를 썼던 경우도 생각이 날 겁니다. 그러면 이제 내가 듣기에 참 좋았던 어떤 사람의 말투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왠지 그 사람이 말하면 따뜻했고, 기분이 좋았고, 같이 말하고 싶었던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떻게 말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억양으로, 어떤 단어들을 써서 어떤 음색으로 이야기를 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내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내가 말하는 문장들이 내 입밖으로 나갈 때 그런 말투로 코팅이 되어서 나간다고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문장을 하나하나 포장해서 내보낼 것이 아니라 신경쓰지 않아도 그런 말투가 자동적으로 코팅되어 나가게 하려면 말이죠. 지금 가진 말투를 바꾸고 새롭게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한번 들여놓은 습관은 앞으로 많은 상황들과 관계들 안에서 우리를 좋은 상황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신의 말투를 따뜻하고 상대방에게 울림을 주는 말투로 바꾸어 가면서 주변에 따뜻함을 전하며 사랑받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모두 화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