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글램핑을 다녀왔습니다. 불멍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하며 좋은 시간을 가졌죠. 멍하니 피워놓은 불을 바라보는데 주변의 땅이 울렁거리게 보입니다. 불이 셀 수록, 온도가 높을 수록 더 울렁거리는 것 같았죠. 열로 인해 주변의 공기가 움직여서 그렇게 되는, 평소에도 볼 수 있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었지만 불멍을 하다보니 눈에 더 띄었던 것 같습니다.
열이 가득 한 곳에 주변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 이건 우리의 삶에서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분노로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인거죠. 우리가 한창 화가 나 있을 때는 자신의 상황에 대하여, 그리고 주변의 상황에 대하여 제대로 볼 수 없고 왜곡되어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닥불 주변이 일렁이듯이 말이죠.
그래서 화가 났을 때는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면 그걸 바탕으로 내뱉는 나의 말은 제정신인 다른 이들에게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열이 식어 상황을 제대로 보게 된 나에게 당혹스러움을 안겨주게 될 겁니다. 가끔 우리가 이불킥을 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겠죠. 분노로 가득차 내뱉는 말들은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고, 이건 때로 회복할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면 화나는 일이 있을 때 무조건 말을 하지 않고 참아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야기 할 필요는 있죠. 나의 '선'에 대한 이야기는 해줘야 하니까요. 다만 화가 난 그 자리에서는 입을 닫고 있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일단은 내뱉은 말로 감당해야 할 후폭풍을 예방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바로 쏘아붙였을 때 상대방이 받아들일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정말로 성품이 훌륭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 그것이 합당하다면 사과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알겠지만 그런 사람은..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 상황에서 자신이 몰린다고 생각해 같이 버럭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제 열기로 눈이 가리워진 둘이서 진흙탕 싸움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말이죠. 나는 열기를 다스리고 그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고, 상대방 또한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후 그 상황에 대해 조금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다른 사람 없을 때, 흥분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충분히 이성적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죠.
그렇게 좋은 시간을 골라서 좋은 상황에서 충분히 이성적으로 이야기 했는데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두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사람이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번에 바꿀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말투로 나에대해 이야기 해 주는 겁니다. 이건 참 시간걸리고 속터지는 일이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내 감정 또한 쓰는 일이긴 합니다만.. 우리가 덕질을 할 때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듯,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쩔수 없죠. 덕질하는 마음으로 내 시간과 감정을 쏟아낼 수 밖에요.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 진다면 성덕이 되는 거겠죠.
하지만 딱히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무시하면 됩니다. 사람은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타당한 이야기를 했을 때 알아듣고 금새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아주 성숙한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잘 없습니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해요. 뭐 한 두번정도 더 이야기를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딱히 내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냥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이 세상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한테만 잘해줘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그런 사람에게까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죠. 그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살게 냅두고 아주 피상적인 관계만 유지하면 됩니다. 아깝게 내 시간과 감정 주지 마세요.
그렇게 분노했을 때 자신이 왜곡된 것을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그 상황에 대해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을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들 화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