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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부담 덜어내기

by 영리한 호구

저는 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나에 대한 평가를 나 자신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나'를 진짜 나라고 생각하고 살았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하여 집착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에 살면서 같이 사는 어떤 형제가 기분이 조금 나빠보이면 내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를 후벼파기 시작했고, 결국은 있지도 않은 잘못을 만들어 내고는 그걸로 그 형제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죠. 그런 경우 그 형제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는 참 자존감이 낮았는데 역설적이게도 저 자신을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내 존재가 그 사람의 하루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했나봐요. 그 사람의 행동 하나, 기분 하나를 다 내가 원인이라 생각했고, 결국 그 속에서 기어코 있지도 않은 내 잘못을 만들어 내어 사과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느꼈습니다. '내 존재는 그렇게까지 대단하지는 않구나. 내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정말로 쥐똥만큼도 안 되는 구나..' 라고 말이죠. 다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안에서 그 사람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기분을 결정하는 건 그 사람의 겉과 속을 둘러싼 수 많은 요인들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고, 그 안에서 나의 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죠. 누군가가 나를 보는 눈빛이 어느날 달라졌다면 그건 내가 원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아침에 기분나쁜 일이 있었던 것일수도 있고요. 그것을 깨닫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저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굉장히 작은 존재입니다. 굳이 높은 산에 올라 작게 보이는 도시를 보지 않아도 우주로 나가 지구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우리가 혼자의 힘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반대로 나 하나가 통상적으로 그렇게까지 큰 잘못을 저지를 능력도 없습니다. 물론 어떤 사고를 낸다거나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만약 그런 경우는 내 잘못인지를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들이니 제외하고요.


통상적인 상황에서 내가 혼자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그렇게 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생각이 들 때 그게 정말 온전히 나의 잘못인지를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만한 능력도 없고, 어떤 집단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내려 놓아도 됩니다. 세계평화가 이루어 지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것도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할 껀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개개인의 능력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엄청난 것을 이루어 낼 수는 없다는 이야기인 반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없다는 위로가 되기도 하는 역설적인 사실이죠.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 때 계속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면 내 잘못의 애매한 범위가 점점 넓어지기만 하고 우울해지기만 합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보잘것 없는 내가 '정말로 잘못한 것들'만 추려낸 후 '그것에 대해서만' 사과를 하던 해결을 하던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껍니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대망상에 빠져 있지도 않은 잘못을 만들어 내며 자신을 후벼파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고 발전해 나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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