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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웃음보따리

은수저

by 마당넓은

어머니가 식사량이 줄었다. 별일 없었는데 거실에 나오시라고 해도 대답도 않고 말수가

확 줄었다. 은근 걱정이 된다.


이번엔 무얼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니 어디 아파요 병원에 가볼까요?" "내 병은 내가 안다 나는 이제 곧 죽을 거야" "엄마 말을 해야지 알지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어찌 아나 이야기 해봐요"

이야기를 다 듣고 어머니가 죽을 것 같다고 하든 말든 나는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아주 모처럼 시원하게 나쁜 며느리 같으니라고...




두 해전인 가 은 수저를 잊어버리셨다고 새로 장만을 했다. 우리 것도 같이 사준다고 했지만 나는 은수저가 무거워서 싫다고 남편과 어머니 둘이서 커플처럼 한 쌍을 나누었다.


그리고 집에 가지고 온 남편의 은수저는 그대로 보관함에 고이고이 그기가 집인양 얌전히 있었고 어머니는 계속 사용을 하셨다.

오늘은 그 은 수저가 큰 웃음을 주었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죽을 것 같다며 누워 있었냐 하면 수저 색깔이 까맣게 변하여 내 몸 어느 곳에 큰 병이 났구나 그러니 숟가락 색깔이 변했지 나는 곧 죽는다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단다.


오랫동안 사용 안 한 남편의 수저가 색깔이 변색되었는데 합가를 하며 한 수저통에 있는 걸 어머니 건 줄 알고 꺼내다가 숟가락이 변색된 걸 보고 나 큰 병들었구나 하며 이제 죽어간다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어머니 사용하시는 은수저 여기 있어요 색깔이 멀쩡해요" 보여드렸더니 그제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른들이 일찍 죽어야지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지란 말은 3대 거짓말이 맞았다.

귀여우신 울 어머니 어머니 이렇게 한 번씩 투정하시고 떼를 써셔도 건강하시고 더 오래오래 우리랑 살면서 큰 웃음도 주시고 부딪히며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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