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시 그림책

by 마당넓은


도서관의 방대한 책 숲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시를 그림책을

찾았다.


박완서 시 그림책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를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시의 가시에 찔린다는 건

얼마나 많은 시를 만나야 되는 걸까

시의 가시를 만나려면

어디에 있는 꽃밭으로 가야 되는 걸까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씨를 시에 찔릴 꽃씨를

한가득 받아서 뿌려

꽃이 넘치도록 필 때

그 꽃밭 속으로 한발 딛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행성 디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