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원하는 자장면은 이게 아닌데

건강한 자장면

by 마당넓은


어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자장면

먹는 장면이 나왔다. 역시 먹방 유튜버답게

크게 한 젓가락 감더니 입으로 넣는데 나도 모를게 꿀꺽 소리가 났다.


"자장면 맛있어 보이네 왜 이렇게 맛나게 먹냐 내일 먹으러 갈까"

자장면이 먹고 싶었어 내가 내일 해줄게"

"집에서 하려고?"

"뭐 어렵나 춘장 사다가 돼지고기 넣고 볶아서 칼국수 면 삶아서 먹으면 되는데 해줄게"


'아 이게 아닌데' 내가 원하는 집에서 해주는 자장면이 아니었는데 그냥 동네 맛집 가서 한 그릇 먹고 싶었을 뿐인데 남편이 해주겠다고 덥석 물어버렸다.


내일 자장면에 들어갈 재료를 혼자서 중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데 차마 그게 아니라고 말을 못 했다.


다음날 마트를 가는데 혼자서 즐겁다. 아 말을 해볼까 얼굴을 보니 벌써 주방에서 벌어질 일이 상상이 되는지 웃음꽃이 피었다. 결국 말도 못 하고 장을 보는데 따라다닌다.

자장면 안 먹어도 상상하는 그 맛 일 것이다.


고기는 많이 들어가겠지만 (살코기) 남편이 해주는 자장면은 기름기도 없고 싱겁고 단맛까지 추가되지 않는 아주 건강한 맛 일 것이다.


남편이 당뇨가 있다 보니 우리 집 식탁은 늘 자극적이지 않고 늘 밋밋한 건강식 위주의 밥상이 차지한다. 그렇게 먹는 밥상에 난 가끔 자극적인 외식으로 밋밋해진 내 입에 선물을 주는데 오늘 그것까지...


주방에서 가장 좋은 재료의 향연이 펼쳐진다.

반짝이는 눈으로 웍을 다루는 손길이 바쁘다.

자장면이 완성되었다. 그릇에 예쁘게 담고 그 위에 깨까지 올려서 한 상 차려 주었다.


"맛있지 간은 된 거지 먹을만할 거야"

"응 너무 맛있어"

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젓가락은 생각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난 맛있는 걸 먹으면 한 입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감탄사부터 터져 나온다.

"음, 아 요거 봐라 등등"

리액션이 없는걸 그제야 남편이 눈치를 챘다.


'어이구 답답 혀' 그래도 고맙다. 내가 하는 말 흘려듣지 않았으니, 좀 더 정확하게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자장면을 먹었음 된 거지 '고마워 여보'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글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