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글밭

내가 만난 글밭은?

by 마당넓은


글밭이라는 따뜻한 말을 글을 써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글밭... 가만히 혼자서 몇 번이고 되내며 따라 읽어본다.


나의 글밭은 무얼까?

색깔로 표현을 한다면 엷게 풀어놓은 하늘색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풍성해지면서 점점 색깔은 하늘에서 파란색을 농익어 가며 열매가 맺어 형언할 수 없는 짙푸른 색으로 변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깔이 변해가고 익어가는 건 텃밭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미친다. 가꾸지 않는 척박한 땅에는 무엇을 심어도 풍년을 마주하기가 쉽지가 않다. 주인의 두 손 가득 안고 온 퇴비, 영양제를 뿌리고 매일 주인의 발걸음을 느껴야만 그제야 텃밭은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글밭도 똑같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글밭에 고랑마다 일상을 심고 책 이야기, 여행이야기, 집밥이야기를 욕심껏 뿌려 보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글밭에서 여러 가지 씨앗들은 싹을 틔우려고 해 보았지만 물도 영양분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다 보니 흙 밖으로 얼굴을 내밀기가 힘이 드는지 좀처럼 나 여기 있다고 알려주지 않고 있다.


욕심만 내고 뿌려 된 씨앗들이 아우성을 친다. 퇴비는 넣었어, 영양제는 물이라도 충분히 줘야지, 밭에 널린 돌멩이는 걷어내기는 했니?

기름진 땅이 되려면 준비는 해야지 내가 얼굴을 내밀든지 말든지 할 텐데 너 도대체 뭐야!


내 글밭을 보며 왜 이럴까 하면서 이웃의 글밭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웃의 글밭은 언제인가부터 싹이 돋고 잎을 내더니 꽃을 피워내더니 열매를 맺고 점점 더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제각각의 색깔로 맺은 열매들 풍요롬게 열매를 달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이웃들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있다. 부지런히 따라가 보지만 난 아직 힘에 부친다.


옛말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 했는데 준비 없이 흉내만 내는 건 내가 아닌 걸 알아차린다. 그래 나도 깨달아야지 오직 나 자신의 모습으로 최고의 글밭을 이루려면 노력을 해야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는 없겠지 그저 나는 나로 지금의 모습이면 충분해 그럼 충분하지 천천히 내속도로 가는 거야 오늘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