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친구와 모임

by 마당넓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
모임이 잡혀있었다.
두 달에 한 번 모임이 있는 날.

예전의 나라면 먼저 다음에
보자고 날짜를 미루었을 텐데
어제는 굳이 한 시간 반의
운전을 해가며 모임에
가겠다고 자청을 했다.
눈 비를 뚫고서...

가는 길 눈이 오다가
비로 바뀌고 앞이 희뿌옇게
시야를 가려서 오랜만의 운전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길목마다 다른
설경으로 불편한 감정은
저 멀리로 달아났다.

지금 살던 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26년이나
살았던 곳에서 다시 만나는
친구들은 오랜만에 보아도 늘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마치 어제도 만난 것처럼.

멀리서 왔다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자고 배려를 해준다.

'맵다' '맵다' 하면서 먹었던
주꾸미 볶음 점심 내내 기분 좋은 매움이 정겨웠다.
"아 그리운 친구들"


평소에 말 없기로 소문난 친구가
오늘 카페는 내가 산다고 했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어주는
예쁜 마음 있는 친구들이다.

식사를 한 곳에서 잠깐 움직였을
뿐이었는데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누군가 "여기 우리 동네 맞나"
모두의 마음이 한마음이었다.
카페 앞에 펼쳐진 눈 덮인
산, 들판의 풍경에 매혹되었다.

향긋한 커피와 달달한 후식까지
뇌세포로 깨워 준 탓인지
조잘조잘
그동안의 많은 이야기는
사연을 담아 내 안으로 들어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최근에 남편을 떠나보낸 친구는
남편을 보내고 일련의 해결
해야해야 할 일이 많았을 텐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
참 다행이다.

방학이라 일이 많다는
한 친구의 푸념이 귀여웠고
한 친구는
"너 예전보다 알뜰해진 거 아나"
"은퇴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
소비에도 생각이 따르더라
백세시대에 흥청망청은
큰일 난데이"

내가 뱉어낸 소리에 다들
맞는 말이라며 공감을 한다.

잔잔하고 화기애애한
속 이야기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을
해야 한다고 일어서는데
괜히 얼굴을
한 번씩 돌아가며 보게 된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친구들의 얼굴에 묻어있었지만
옅은 미소에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내가 그런 것처럼 늘
그렇게 오늘처럼 평범하게
보내자 얘들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