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40대 중반부터 염색을 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수술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한두 개 있던 흰머리가
순식간에 머리를 덮어버렸다.
신경을 썬다는 게 어떤 건지
스트레스가 어떻게 우리 몸에
반응하는지 바로 반응이 왔다.
그렇게 시작된 한 달에 한 번
염색을 하게 되었다.
펌과 염색을 번갈아 하면서
원래부터 가늘었던 모발은
견디어 낼 수가 없었는지
어느새 지푸라기처럼 푸석푸석
해지고 윤기를 잃어갔다.
미용실에서 관리도 받았지만
한번 상한 머리카락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는 중이라 펌이나
염색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못하고 있다가
탈모까지 진행되고서야
펌을 포기를 하고 염색만
하기로 결정했다.
출근하기 전 생머리에
볼륨이라도 넣으려면
구루뿌을 말아야 해서
1시간이나 일찍 움직였는데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머리로 6년을
보내고 난 어느 날, 거울 속의
머리가 딱 붙은 촌스러운
아낙이 나를 보고 있어
흠칫 놀란다.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살랑 사랑 봄바람이 문제였나?
오랫동안 유지해 온 생머리
탈출하고 내 마음에 부는
봄바람을 잠재우려면 펌이
답이다.
요란한 날씨만큼
마음도 왔다 갔다 한다.
원장님이 웃픈 이야기가
생각났다.
"흰머리가 골고루 올라와서
나중에 백발 하면 어울릴 것
같아요"
그때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했는데...
여차하면 흰머리는 그대로
두고 펌만 할 생각으로
무작정 미장원으로 갔다.
"지금도 펌 하고 염색 둘 다 하면
머리 폴폴 날아다닐까요"
"염색만 계속해서 모근에
힘이 생기긴 했어요
일단 펌 해봐요
머리가 상한다 싶으면
그때 염색은 포기하시고"
"아 그렇게 하면 되네
어차피 할머니인데 뭔 걱정
백발 하면 되겠네"
"그래도 할머니 펌은 아닌 거 알죠
굵게 말아주세요"
몇 년 만의 펌 약 냄새가
정겨워진다.
펌이 뭐라고 다 끝내고
거울을 보는데 웬 새댁이
웃고 있다.
꽃길 걷는 것 마냥
기분이 말랑말랑 해진다.
기분전환이 확실히 되었다.
집으로 와서 거울을
계속 보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뽀글 머리
아줌마가 낯설면서도
사랑스럽다.
봄바람이 나를 변화시켰다
고마워 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