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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오던 날

도서관 가는 길

by 마당넓은


며칠 전 찌푸린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제는 비가 종일 오더니 눈 오다,

비 오다를 반복하고선 진눈깨비로

바뀌어 계속 뿌려 되었다.

눈비는 두 손 잡고서 참 사이좋게

내리고 있지만 창밖 풍경은 더

어실어실 어지럽다.
집 나간 고양이가 살금 거리듯.

며칠 집에만 있었더니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털어내려면

집을 나와야 하는데
내 안의 감정이 서로 밀땅을 한다.


"도서관 날 좋을 때 가는 건 어때?"
"이런 날도 운치가 있지
지금 나가도 좋아"
마음은 밀고 당기고 손은 가방을

당기고 있다.
패드를 챙기고 필기도구 주머니에

공책까지 후다닥 간식까지 챙기고

있는 나를 보고 웃어버린다.
"그래 오늘 어차피 나가기로
했잖아 나가는 거야"

다 읽던 책을 반납하면서 새로운

책의 만남을 준비한다.
책장 속의 책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나를 부른다.

"오늘은 내가 어때" 널 기다렸다고.
불러 되지만 내가 준비한 리스트대로
책을 찾아들곤 한다.
가끔은 그날의 느낌으로 집어 드는
날도 있지만.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은 그렇게

느낌이 오는 대로 계획 없이 서고를

돌고 돌다가 음식을 주제로 한 에세이에

꽂혔다.
하나의 음식에 스토리가 입혀진

이야기는 꼭 내가 그 안에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쓸쓸하다.
희뿌연 창문만큼이나...

책 안에 따뜻한 국이 그립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책가방에 한 아름

넣고서 밖을 나오니 어느새 빗방울만

세차지고 있었다.
이런 날도 좋다 좋다며 나온
나도 좋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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