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추가 익어간다

창작시

by 마당넓은

고추가 익어간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반짝반짝 빛이 나던 초록 바다
고개를 숙인다

뿌리 속 영양분 실어
한 알 한 알 줄기로 물길 터주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지나가는 바람에 화들짝
지친 몸을 일으켰다

그래그래 조금만
어린 고추의 칭얼거림을
달랜다

늦은 오후 햇볕은 사그라들고
바람에 실린 공기 달콤해지면
그제야 감았던 눈 스르르

일제히 기지개 켜는 초록바다
연신 싱글벙글 웃어대며
다홍색으로 물들어간다
붉게 붉게 물들어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름 피서는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