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합가 이야기
합가를 결정하고서 주변 사람 모두
뜯어말릴 때 알았어야 했는데.
단순한 나는 사람 사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마음으로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 두 달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든지 조심하며 지냈던 것
같다. 떨어져 살 때의 참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그 이후 함께 하지
않았던 동안 시간의 간극은 매일
우리의 발목을 잡았고, 어머니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내가 불편한
만큼 어머니도 편하지는 않겠지.
조금씩 익숙해지려고 노력을 했다.
혼자서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는데...
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발버둥을
하는 동안 어머니와 남편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자기만의 고집을
내보이는데 변함없었고 남편은
내편인 듯 아닌 듯 어정쩡한 상태로
외딴섬에 나 홀로 있음을 절감을
했다.
주방의 주인은 원래 한 사람이어야
된다는 말에 백 프로 공감이 될 즈음.
내가 만들어 놓은 반찬에 손도 되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보았다. 처음엔
잘못 봤겠지, 아닐 거야, 애써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우리가 없는 틈에
반찬을 한가득 만들어 놓으신 날 나는
깨달았다.
식탁에 국이며 찌개 한상을
차려놓으면 나오자마자 눈으로 쓱
스캔을 하시고 밥에다가 보란 듯 물
부어 후다닥 한술 드시고 쌩하니
방으로 가는 날의 반복에 나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냥 다 싫었던 것 같다.
나와 아들이 잘 지내는 것도, 내가
해놓은 반찬을 잘 먹는 아들도,
이제 힘들어! 혼자 살다가 죽을 것
같다며 함께 살자고 이야기하던
그때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기력이
돌아오시고 살만해지니까 혼자 살던
그 옛집을 그리워하다 못해 내 눈엔
생떼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의 행동을
보인다.
집에서 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무언지 모를 검은 봉지를
열심히 날랐다. 행여 우리가 볼까 봐, 도둑고양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조용히 스며들어갔다. 쓰레기에 비밀이라도
숨은 듯 몰래몰래 버리시고 함께 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속내을 봇물 터트리듯
행동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그사이
나는 스트레스 수치의 변화로 갑상선
수치는 요동을 치고 입원을 했다.
그렇게 합가를 한 시간이 1년이
지나고 있다. 남편은 퇴원을 하고 난 뒤
이제 마누라가 귀한 다는 걸 깨달았는지
나의 든든한 조력자로 바뀌었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어머니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변하는 게 제일
빠르다는 걸 알게 되고 조금씩 나를 위해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머님이 내일은 어떤 일로 또 우리를
놀라게 하실지는 모르지만 이제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다음에 또 속이야기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