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라떼는 말이야' 뜬금없이 라떼 이야기.
어쩌면 어제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와서일까?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 운동장을
뛰어놀던, 어린 날의 잔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초등학교 4학년 다니는 중
길하 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동네가
개발이 되면서, 요즘 말로 신도시가
생겼다. 허허벌판이었던 그곳에 학교를
짓는다고 매일 집을 오가며 퉁탕거리는
걸 보았지만 내가 그 학교를 다닐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행정처리는 아주 간단했다. 신도시가
생기면서 학생 수가 많아지고 모두를
수용할 수 없어 길 건너 주소를 둔
학생들은 6학년이 시작되는 학기 초
새로운 학교로 등교를 하라고 했다.
아이들의 표정,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친구들과
헤어진다고, 이런 게 어딨 어?"
웅성웅성 난리도 아니었지만
결정이 번복될 수는 없었다.
6학년 새 학기가 되고 새로운
초등학교로 등교를 했다. 첫날 수업이
끝나고 종례시간에 선생님의 전달사항.
"내일부터 집에서 대야를 가지고 온다."
"교실로 들어오기 전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진 돌멩이를 대야에 주워 가득
채운 후 한 번씩 옮기 놓고 교실로
들어와야 한다."
운동장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학교를 개방을 했기 때문에 고학년인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난 힘이 쭉 빠졌다.
47년 전 6학년은 지금보다 성장
발달이 느려 무거운 돌을 옮기기에
덩치도 작았고 힘도 약했는데,
그것도 매일 한 대야씩...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했지만
그때는 가능했던 일이었다.
매일 등교를 하고 한대야 씩 운동장에서 돌멩이를 골라내었다. 6학년의 학교생활
중 돌멩이 날랐던 기억이 유독 오래도록 각인되어 있다.
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란 타이틀과
함께.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보았더니 그렇게 넓었던
운동장은 기억 저편에만 넓디넓은 운동장이었다.
'그래 저기서 옮겨 여기에 쌓아
놓았지'
'남자애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아련하게 밀려드는 추억들, 삼삼오오
웃고 떠들며 우리 학교 운동장은,
우리가 다 만들었다며 재잘거리던
친구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고단한
어린 날 학교생활이 지금은 추억으로
떠오르는 건, 운동장만 바라보면
새록새록 옛 기억이 나는 이유이다.
그 시절 친구들은 어디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널따란 운동장은
알고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