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옥 손보기

도배

by 마당넓은


새로 이사 온 집은 구옥이라 손볼 게
계속 나옵니다.
앞 채는 수리가 되어 사는데 불편함은
없는데 뒤채는 손볼 게 여기저기 많아

이사를 한 후 조금씩 셀프로 리모델링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 형광등을 LED 등으로 교체
하고 지붕 위를 올라가 물 새는 곳이
없나 확인 후 몇 곳은 나중에 손봐야
할 것 같다고 하네요.

워낙 손재주가 많은 사람이라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도전 정신이 발동을
한 걸까요. 난데없이 도배까지
하겠다고 우깁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도배,
옆에서 보조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제가 잘했냐고요?
나름 열심히 거들었지만 언제나
앞서가는 남편은 쉽게 만족하질
않네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디서 본 건
있어 기존에 있던 도배지 일일이
다 뜯어내고 잔잔하게 남아있는
찌꺼기까지 분무기를 뿌려 가며
알뜰하게 제거했어요.
찌꺼기가 남은 상태로 도배를 하면
잘 붙지도 않고 도배가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 보기가 안 좋다네요

이론적으로 맞는 말인 것 같아
열심히 떼어냈어요.

도배지를 규격에 맞게 자르고 대야에
풀을 넣고 물을 섞어 붓으로 도배지에

골고루 펴 발라 벽에다 붙였어요.

공기가 생긴 부분에 자로 밀어내
공기를 빼주고 물수건으로 문질러
냈더니 매끈하게 잘 붙네요.

"오호 신기하네.
셀프로 도배한다고 할 때 못 미더웠는데 아르바이트해도 되겠어"
"천천히 쉬엄쉬엄하면 되지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가 아니라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네요.
배꼽시계가 울어대고, 시간을 봤더니
벌써 12시 반입니다.
8시 반에 시작했는데 4시간이 훌쩍

가버렸어요.

일하다가 밥 차리기도 뭣해 집 앞
수제버거에서 불고기 햄버거 2개
옆집에 있는 만두가게 왕만두까지
포장해 가지고 와 진짜 일꾼처럼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점심으로
해결했어요.
점심 먹고 힘내 한쪽 벽면을 마저
완성하고 이제 천정만 남겨두고
오늘 셀프 도배는 끝냅니다.
내일 천정을 하고 장판을 깔면 큰방
도배장판은 마무리가 될 것 같네요.

셀프로 리모델링을 한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남편은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즐기는 모습입니다.

뒤에서 받쳐주는 저는 곧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사람이 행복한 건 확실합니다.
주택살이 서로 느끼는 행복감은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둘이서 서로 다른 만족감으로 하루가 저물어가네요.
오늘도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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