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7
나를 힘들게 한 그 매니저도 어쨌건 인종차별하는 애였고,
워홀 시절 동안 '씨에씨에' 같은 류의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별로 당하지 않았지만
(쌈닭인 나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무조건 응수를 했다 겁도 없이. 엄마한테 그래서 매번 혼났지만.)
아주 미묘하게 아시아인이라 무시 당했던 적은 몇번 있어왔다.
나는 인종차별에 아주 아주 예민하게 구는 편이고 화는 엄청 내지만 마음에 생채기가 안난다고 하면
그건 당연히 거짓말일거다.
그래도 당연히 모두가 그러는건 아니고,
이 날도 파이브가이즈 출근 전에 할 일이 많았다. 일단 SIM을 다시 갈러 가야 해서
그때 가장 만만한 통신사 THREE 라는 곳을 찾아갔는데 심을 기다리고 있는 찰나에
어떤 직원이 다가와 '너는 어디 나라 사람이야? 홍콩?' 이라고 물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직원은 굉장히 나이스했던게 중국사람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내 국적을
물어봐준 거 자체로도 이미 너무 상식적인 자세였다.
그러나 그땐 그런것도 잘 몰랐으니 '엥? 왜? 나 중국인처럼 생겼어?' 라고 물어봤고
그 직원은 깜짝 놀라며 아니라고 오해 하게 했으면 정말 미안하다고 자기 동료중에 홍콩인도 있고
그들이 너무 나이스해서 물어본 것이라며 오해를 풀어줬다.
그러면서 자기도 아프리카 사람이냐고 물어본다고,
무식한 사람들은 하여간 그때도 지금도 많은 듯 하다.
그래서 나도 괜시리 미안해져서 대화를 이어갈겸 내 이름을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데 어떤
영어 이름이 좋을까 추천도 받아보고 스몰토크를 좀 하다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더 사교적이고 사람들한테 말도 잘 걸었던 듯하다.
이젠 계좌를 개설하러 은행을 가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계좌 개설하러 왔다고, Appointment 잡아놨다고 하니까 이름 확인 후
2층으로(영국에선 1층)으로 올라가라고 해서 바로 올라갔다.
여자 직원이 나를 맞아줬고 어떻게 어떻게 계좌는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거 있냐는 직원의
질문에 영어도 쓰고 싶고, 궁금도 하고 해서
아무 의도 없이
'혹시.. 나 중국인처럼 생겼어?'라는 아주 뜬금없고 당돌한 질문을 던졌다.
그 직원은 몹시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잠시 후 '아니 아니 갑자기 왜?' 라고 하길래
새로 일하는 직장에서도 사람들이 씨에씨에 거리고 그래서 너무 속상하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더니 웃어주면서 '나도 east Europe에서 온 줄 알더라고~ 그런 애들 신경쓰지마!' 라며 위로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그래도 그런 뜬금없는 질문에 친절히 답해준 그들에게 고맙다.
계좌, 핸드폰 다 끝!
이제 일터로 향할 시간이었다. 또 다시 플로어를 할 줄 알았지만 오늘은 틸을 본격적으로 배우라고 했다.
아싸! 기쁜 마음으로 얼른 틸에 들어갔고, 키친에서는 나에게 인사를 건넸던 미묘한 분위기의 장본인인
남자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애는 루마니아애로(또 루마니아 애!) 이름은 발렌틴이었고, 안경을 낀 아주 호감상의 남자아이였다.
마이매드팻다이어리 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의 친구로 게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있는데 그 배우와 느낌이 비슷해서 오- 했다.
발렌틴의 인상이 굉장히 부드럽고 친절해서 발렌틴에게는 그다지 낯을 안 가릴 수 있었고
또 발렌틴이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게 느껴져서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시기가 맞아서 한국에 파이브가이즈가 새로 들어왔다는 소리가 있던데-
혹시나 이 글을 누군가 보고 있다면
패티를 2개 드시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무조건 Little 로 시켜야 한다!
Little은 패티가 1개 Little이 아닌 버거는 패티가 2개이고 굉장히 Meaty해서 부담스럽긴 했다 나에겐.
토핑도 다 넣으면 맛이 진짜 별로다. 야채 토핑 한 2-3개, 소스 2-3개 조합해서 먹는게 최고.
어쨌건 발렌틴한테 열심히 틸을 배웠는데 내가 너무 열중했나 본지 갑자기 발렌틴이 조용히 웃길래
'왜?' 하고 물으니 'I don't eat you'라고 하더라?
그는 내가 열중하는 표정을 부끄럽고 두려워 하는 표정으로 해석한것.
전혀 무서워 안했는데..?
Anyway, 플로어를 벗어나 틸을 배울 수 있게 된건 참 다행이었다.
후에 들어보니 내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틸을 하게 된건데(물론 그 전 에피소드에서도 말했지만)
그러고 보면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어떻게든 플러스 요인이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이제.. 영어도 늘고 친구도 만들수 있겠지? 그게 내 워홀의 목적들 중 하나였으니까! 하며
장밋빛 미래를 기대 했지만
아---주 큰 오산이었다. 그것도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