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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in London<6>
좋은 사람&나쁜 사람

In 2017

by 글너머

힘들던 플로어 일을 마치고 두번쨰 shift,

아무래도 첫 직장(?)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초기에 파이브 가이즈에서 일했던 기억은

아직 조금씩 살아있다.

그래도 나름 플로어 일 했다고 두번째 날에는 그다지 힘들다는 느낌도, 시간이 늦게 간다는 느낌도

안 받았다.


이 글에는 초기에 받았던 동료들의 호기심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하는데,

말했다시피 파이브가이즈에는 아시아인들이 아니라 유럽 친구들이 아주 많이 일 하기 때문에

나같은 아시아인들의 얼굴을 찾는 건 꽤나 드문 경우긴 했다.

다행히도 나는 일 할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호의를 가지고 먼저 다가와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나름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한건 아시아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게 있는 애들은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을 구별한다!

그리고 어떻게 구별했냐고 물어보면 일본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 처럼 생겼다고 했고

한국인과 중국인의 차이점은 한국인들의 눈이 좀 더 깊다고 했는데, 꽤나 기분 좋은 구별이었다.


또 그 날은 전날보다 바쁘지 않아서 그런가 플로어에서 뽈뽈뽈 돌아다니는 나에게

키친에 있는 애들이 말도 많이 걸어주고 했는데

예를 들어 쉬는 시간에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한 여자애가 내 옆에 갑자기 훅-하고 앉아서

같이 밥을 먹길래 은근 슬쩍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그 여자애도 그걸 바랬나본지

스몰토크 하다가 내가 애들에게 다가가는게 어렵다고 고민 같은 걸 털어놨는데(물론 할 말이 없어서

아무거나 말한거지만) 그 친구는 괜찮을 거라며 날 다독여줬다.

그 친구도 루마니아 친구였는데 그 순간부터 루마니아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겼던게

나를 공항에서 호스텔까지 실어다 준 우버기사 아저씨 분도 루마니아 분이셨고!


또 하나는, 조금 묘했던 첫만남으로

플로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시니어 직원인 퍼릿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키친 쪽에 대고 안녕-을 해보라는 거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하며 키친 쪽을 바라보니까

굉장히 말갛게 생긴 남자애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고 나도 얼떨결에 안녕-을 했는데

그 순간 키친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그 친구의 인사 순간을 주시하는 듯 했다.

내가 안녕-을 하자마자 키친 안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하핫 하고 웃었던 것 같은데 그게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게

딱 그 분위기였다.

'직장 동료가 누군가를 맘에 들어하고 그러나 그 누군가는 그 직장 동료의 마음을 모르고, 직장 동료가

용기를 내어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순간을 의식하지 않는 척 하면서 의식하고 있는' 그 분위기'!

물론 후에 생각을 크게 하진 않았지만, 아 저 애가 뭔가 내 얘기를 했나? 라는 생각은 했더랬다.

그리고 그 남자애도 루마니아 사람이었다.


이 친구와 관련된 얘기는 차차 할 것 이기에-


허나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크리스토퍼 라고 폴란드 출신 매니저가 있었는데 이 놈이 괘씸한 놈이었던게

소문을 듣자하니 아시아 여자를 유독 좋아하는 매니저였고, 그때는 그것까지 몰랐었기 때문에

단순히 나에게 잘해줘서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퇴근하기 직전에 갑자기 틸에 서있다가 나를 부르더니 흐뭇함이 가득한 눈으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서는 마지막에 내 볼을 꼬집었다. You are so cute 라는 말과 함께.

엥..?

얘 뭐지 했지만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뭔가 뒤가 구리긴 했는데

역시나가 역시나였지- 그 놈은 내가 파이브가이즈를 그만두기 전까지 별로 였던 놈이다.

이 놈은 끝까지 날 괴롭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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