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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in London<5>
현타는 꼭 온다

In 2017

by 글너머

파이브 가이즈에 취업 아닌 취업(?)을 했으니 이제는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쩔지 모르겠는데(아마 예전보단 쉬워진 거 같기도..?)

예전엔 은행마다 계좌를 열기위해 필요한 서류가 다 달랐고 natwest 였나 로이드였나..

하여간 유틸리티 빌(관리비)를 주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유틸리티 빌은 나같은 워홀러들한테는

막 쉐어하우스에 들어갔는데 가능 할리가.


다행히도 그때 HSBC가 나름 진입장벽이 낮았고

여권, BRP카드, 잡레터만 있으면 가능했다. 나는 파이브가이즈에 당당히 잡레터를 요청하러

잠시 들렸는데 매니저가 혹시 내일부터 일 가능하냐고 해서

당연히 yes! 하고 잡레터까지 받고 왔다.


계좌 개설은 appointment를 따로 잡아야 했으므로(코로나 전이라 예전에는 지금처럼 online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있지도 않고, 영국은 더더욱이 한국만큼 편리한 시스템이 없다.)

일단 일부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틸에서 일 편하게 하겠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건 단순히 trial shift 였고

처음엔 floor에서 일을 한다는 거다. 그래, 뭐 해보자 했지만. 사실 당황스러웠던게 floor 일이 진짜 제일 제일

재미 없다. 한마디로 floor, 즉 사람들이 남기고 간거 치우고 쓰레기 통 비우고 음료 기계 체크하고

'허드렛일' 하는거다. 내가 일했던 파이브가이즈가 그 당시에는 제일 큰 곳이었기 때문에 일층뿐만 아니라

지하도 있었고 화장실도 체크 해야 하고. 쓸고 닦고, 밖에 야외 테이블 3개 정도 있는데 그것도 하고.

물론 할일이 엄청 많아서 바쁜건 절대 아니다. 차라리 그랬다면 시간이라도 빨리 갔을텐데.

일도 재미 없고, 궃은 일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틸 뒤에서 애들은 버거를 만들면서 하하호호- 하고

자기들끼리 일 되게 재미있게 하는데..


땅끝까지 우울해졌지만 뭐 어쩌겠는가 해야지. 그리고 그때 나랑 같이 플로어 일을 하시던 할아버지 직원?

시니어 직원이라고 해야 할까. 퍼릿이라는 이름의 분이 계셨는데 그래도 그 분이 많이 도와주셨다.


뭐든 똑같겠지만 워홀을 할때 자주는 아니어도 맞이하게 되는 모멘트들이 있는데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지..? 왜 한국에서 있을 수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 있었던건 아직까지도 또렷이 기억 나고..

또 그때는 지금보다 동양인들이 런던에 별로 없었던 기억, 게다가 파이브가이즈 옥스퍼드 서커스 지점에서

내가 두번째 동양인이었으니 그다지 흔한 인종(?)은 아니었나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손님들? 그리고 그 날은 또 술에 취해서 나한테 '씨에씨에' 라고 중국어로

씨부리던 외국인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 겁나 째려봤다.

내가 또 인종차별에는 아----주 예민해서 무서운 것도 모르고 덤빈다.

일 하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excuse me??' 라고 맞받아쳤을 걸!


장장 10시간을 플로어에서 일하고 드디어 퇴근해도 좋다는 매니저의 말에

유니폼을 벗고 나왔다.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은 일 도중에 들었지만 일이 끝나고 나니

일단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함께 또 어떻게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얼른 퇴근했다.

어느 누가 첫 job에 완벽히 만족하리-. 만족은 고사하고 더 힘들지만 않으면 감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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