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7
트라이얼도 받아냈겠다, 집도 계약했겠다 몸이 안심되어서 그런지
그 다음날 샤워를 하러 나갔는데(아직 까지는 호스텔에서 머무르던 중이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물론 지금까지도, 그런 경험은 처음했다.
정말 아주 갑자기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눈이 흐려지고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머리가 팽팽 거리고 자칫하면 샤워실에서 쓰러 질뻔한 정신을 어떻게 어떻게 잡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2층 침대인 내 자리로 올라가기 전에도 5분을 서 있었다.
한발짝만 움직이면 그대로 쿵- 하고 쓰러질 것 같아서.
워킹홀리데이 가서 돈 아낀다고 나처럼 뭐 안 먹고
스트레스는 혼자 다 받고 이러다가 이런 일 겪으면 절대 안된다.
물론 아주 다행히 침대 위에서 20분을 눈 꼭 감고 쉬었더니 다시 돌아왔지만
아무래도 일시적인 영양 실조 증상 아니었을까?
이걸 내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알게 되면 뻥이라고 할 수도 있을만큼 난 음식에 진심인 편인데.
그때는 그런 일도 겪었다.
Anyway- 그 후로 일은 착착 진행됐고 이사도 했고 트라이얼 날만 기다렸다.
대망의 트라이얼날.
나라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그렇고 원체 두려움이 많아서 뭔가를 시작하기에 굉장히 오래 걸릴 뿐더러
지레 겁먹고 포기를 먼저 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마 내가 놓친 소중한 기회들이 엄청 많겠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때도 똑같았다. 너무 두려워서 가야하나 가지 말까 고민 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파이브가이즈 문을 열고 당당히 입성!!!.. 하는 듯 하였으나 그새 동양인들 하나 없는 파이브가이즈 직원들
얼굴들을 보고 또 쫄아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유니폼으로 어쨌건 갈아입고 날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는 직원들을 애써 피하며
틸 앞에 서게 되었다. 틸 이란 포스기 같은 건데
런던 옥스퍼드 서커스에 있는 파이브가이즈를 가보면 틸이 한 4-5대 있고, 캐셔 포지션을 맡은 직원들이
손님들한테 주문을 받는 시스템인데 첫 트라이얼을 그 일로 하게 됐다.
내 뇌피셜인데 아마 내가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걸 보고 틸로 주지 않았나 싶다.
왜냐면 파이브가이즈에 영어 못하는 애들이 정말 수두룩 하기에.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냥 웃으면서 버거 무슨 종류인지 물어보고 토핑 물어보고
말해주는 대로 찍고, 감자튀김 먹을건지, 음료 시킬건지 물어보고 오더 넘버 알려주고 저쪽에서 너 버거
나올거니까 기다려 안녕~ 만 해주면 끝.
어쩌다가 막혀도 '미안 나 오늘 트라이얼이라' 라고 말하며 난감해 하는 척을 조금만 해주면
다 웃으며 배려해주었다. 그리고 같이 일했던 친구들도 착한 애들이어서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했던 기억.
3시간 정도의 트라이얼이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내려가니
나에게 주어진 합격 목걸이. 여튼 합격 했고 그래서 나의 첫 job은 five guys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