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워킹홀리데이 in London<3>
Five guys

In 2017

by 글너머

6년이 지난 지금 내 성격, 성향이 엄청 달라 진 걸 많이 느끼곤 하는데

물론 좋게 변한 것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난 세상에 조금 더 부정적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더 내향적이 됐을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예민 해진 나를 두고 친구들은

'쌈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쌈닭같은 나를 바로 유들유들하게 만드는 게 있는데

아주 조그만 친절이다. 친절에 대한 내 역치값은 다른 이들보다 낮은 덕에

당사자가 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만한 사소한 것에도 난 감동해 그들에게 몇배 잘 해 주곤 한다.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는 건 작은 격려나 친절이 얼마나 크게 내 남은 하루의 밝기를 높여주는지

가끔씩은 깜짝 깜짝 놀란다.


영국이라는 타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지만

초기에 나를 붙들어줬던 건 내 친구의 격려와 친절한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친구는 이 글을 보지 않겠지만, 이 글을 빌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갑자기 친절에 대한 고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첫 구직 과정에서 항상 나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게

서포트 해줬던 친구의 배려가 없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했기 때문.


집도 어쨌건 해결, NI 넘버도 해결.

이제 렌트비를 관리 하려면 필요한 건 돈. 그것의 대가는 노동!

'Working' holiday이니까 암암, 찾아야지!

날이 꿉꿉해서 그랬나. 그 날은 CV 1장을 붙들고 우울감과 함께 늘어져가는 하루였다.

역시 친구에게 SOS 전화를 쳤고 그녀는 때에 맞게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제시해줬다.

'야, 돈 아끼지 말고 너가 좋아하는 음식 사먹어!'

굉장히 적절했던 조언인게 그때 돈 아끼겠다고 밥도 정말 대충 먹고 다니고.

맛있는 한끼가 아주 필요했는데 친구의 조언은 나에게 꽃혔고 바로 노트북을 접고 oxford street 쪽으로.


내가 사실 맘에 담아뒀던 레스토랑은 GBK Burger 라고 유명한 영국의 버거 체인점이었고

그쪽으로 향하던 도중 전형적인 P 재질인 나는 five guys가 보이길래 오케이 고! 하고 바로 방향을 바꿨다.

이게 시작일줄은 모르고.


입구에서 우물쭈물했던게 어디 들어가서 무언가를 제대로 먹는 것 자체가 영국에 도착한 이래로

처음이었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캐셔? 틸(포스기)에서 주문을 받는 동양직원이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해서 들어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five guys는 DIY버거로 버거의 종류는 그냥 패티, +치즈, +베이컨, +치즈 and 베이컨이고 그 안의 토핑들을 내가 맘대로 조합할 수 있다.

그때는 뭘 넣었는지 제대로 기억 안나지만 어떻게 어떻게 좋아하는 걸 넣고 맛있게 햄버거를 즐겼다.

그러던 도중, 또 여기서 하나의 친절이 등장한다.

매니저 같아 보이는 여자애가 내 감자튀김을 치우려고 해서 '어? 나 아직 내 감자튀김이 남아서!' 라고 하니까

진심으로 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사과를 했는데 그녀의 친절함은 나를 감동시켰다.


동양인을 무시하지 않을까? 했던 섣부른 걱정들이 사라질만큼의 친절은 내 기억 속에 나름

깊게 각인되었다.

그 다음 날 햄버거 에너지(?)로 본격적으로 CV를 돌리러 나섰는데 내가 유럽 여행 할때

프랑스에서 정말 좋아했던 PAUL이란 베이커리에 떨리는 마음으로 건네주니 바로 trial shift를 받았다!


순조로운 시작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됐네 뭐 이거라도 먼저 해보자-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파이브 가이즈가 내 눈에 띄었고 조그만 친절이 인상적이었던 그 곳도 한번 지원해볼까-하고 들어갔다.

아쉽게도 그녀는 없었고 건장한 매니저가 CV 내러 왔다고 하니까 바로 건네 받더니

몇 분 후 트리이얼을 제안했다. 집에 가지 않은 나 칭찬해!

파이브가이즈는 PAUL보다 트라이얼 날짜를 좀 더 이르게 줬고 첫 트라이얼은 그래서

FIVE GUYS에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FIVE GUYS는 내 인생에 처음 들어오게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워킹홀리데이 in London <2> 인복 좋아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