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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in London<8>
I는 외국생활이 어려워

In 2017

by 글너머

한국에서 MBTI는 아직도 핫한 주제이고,

나도 MBTI가 각각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된 이후로 만나는 사람들의 MBTI를 맞추는 게 꽤나

재밌어져서(?) 흥미있는 주제이지만

또 그 MBTI가 누군가를 만날 때 편견으로 작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즉, 과몰입은 당연히 지양하는 편.

여튼, 이게 내가 진짜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나는 완전 E였다가 재수를 하고 대학교 입학하면서

완전히 I가 된 케이스다. 물론, 영국에 갔을 때도 I의 성향이 다분했고.


파이브가이즈에는 발렌틴을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그 사람들과 친해지기 굉장히 쉬운 환경이었다.

아무래도 격이 좀 없는 분위기였고, 외국인들 특유의 free한 바이브로 손님들과도 서스럼없이 얘기하고

전체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외국 친구 만들기 굉장히 쉬운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게 정말 너---무 어려웠다. 말 한번 용기내어 걸어도 상대방이 그다지 큰 반응 없으면

나 혼자 상처받고 말 안걸어야지 하고 혼자 찌질이처럼 찡찡대고 그랬다.


일은 한번 적응하니 너무 쉬워서 일에 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있었다면 그때의 파이브가이즈는 closing shift를 받으면 클리닝까지 해야했는데

그 클리닝이라는게 굉장히 빡세서 새벽 2시에 끝나곤 했다. 11시에 문을 닫는데..!!

여튼 그때 빼고는 일은 그냥 틸에서 계속 주문 받다가 브레이크 한번 가지고 집 가고- 뭐 이런거였으니.

단순 노동에 가까웠지만 파이브가이즈가 사시사철 바쁜것도 아니고.

손님들이 없을 때는 그 시간 동안 할 거라곤 동료들이랑 노가리 까는 것 뿐인데.

그리고 그런 노가리 까는 시간에 커뮤니케이션 실력은 확- 하고 늘수 있었을 텐데..

그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태도라는게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의 자연스러운 장난에 나도 그들처럼 자연스럽게 낄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애꿎은 앞만 계속 쳐다보곤 했다.


전 에피소드에서도 아주 살짝 말했지만 남자 직원들은 나에게 조심스러웠지만 조금만

가드를 내리고 친근하게 대하면 친구로서 보다 뭔가 다른(?) 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고

여자 애들과는 여자들 사이의 그 묘-한 어색함을 내가 먼저 깰 용기가 없었으므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당연히 친해지지도 못했고.. 물론! 친해진 몇몇은 생겼지만 끝끝내 친해지지 못한 친구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던게

아시안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한 아시안 여자애가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여자애는 Huong 이라는 애로 베트남 애였는데 6살 때부터 영국에서 살아서

거의 영국인이었다. 처음엔 인상이 차가워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어쨌건 나랑 같은 인종이고 해서

부담감의 디폴트 값이 좀 낮았다고 해야하나.

칭찬이 다가가기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역시 나는 그녀에게

칭찬으로 다가갔고 홍(Huong)은 바로 가드를 내리고 나에게 다가와줬다.

그녀도 역시 나 이전에 유일한 아시아인이라 그러지 않았을까.


홍은 나에게 아주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는 학생이어서 나보다 많이 일하진 않았지만

여기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그녀 나름의 기준으로 나에게 괜찮은 사람/괜찮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주고

괜찮지 않은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말해줬다.

물론- 저번 에피소드에서 말했던 크리스토퍼는 당연히 괜찮지 않은 사람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그는 역시 아시안 피버가 맞았고

터치를 은근슬쩍 자주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는 홍의 조언을 듣고

걔가 더 싫어졌다.


그리고, 발렌틴. 그는 역시나 좋은 애였다. 파이브가이즈 안에서 제일 좋은 남자애라고

홍이 말해줬고 역시 관상은 틀리지 않아 라고 생각하던 찰나

'근데.. 발렌틴도 약간 아시아 피버 같아' 라는 걸 듣고 괜히 실망스러웠다.

그때는 아시아 피버라는 남자애들은 다 배척해야 할 존재로 여겼고 지금도 다름없다.

그렇지만 홍을 비롯해 많은 친구들이 내 삭막했던 사회생활을 그나마 도와줬는데

그 중에 발렌틴은 최고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그와의 우정은 내 첫 연애 그리고 첫 국제 연애의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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