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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 로버트 애거스

마지막 장면을 보려고,

by 글너머

엄청 기대하고 노스페라투를 예매했다.

<아노라>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감독했던 션 베이커 감독도 칭찬했고 무엇보다

할리우드에서 반응이 뜨거운 것 같아서 개봉하자마자 최대한 빨리 예매했지만,..

사실 내 기대치에 미치지는 않았다. 아마 이렇게까지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면 좋았다고 생각됐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전 높아진 기대감이 역효과를 냈다. 이래서 아무 것도 모르고 가고 싶다니까-

하지만 기대에 비해 였다라는 말이 영화가 좋지 않았다는 말과는 차이가 있다. 영화는 좋았다!

원작이 있다는 점에서 플롯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영화의 흐름이 꽤 탄탄했다는 느낌.

요즘은 바디 호러가 유행이라더니 정말 그런건가 싶었던게 서브스턴스도 그랬던 것처럼 노스페라투에서도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한다. 아무래도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 영화여서 아닐까.

인류의 구원자를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페미니스트의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본 왓챠피디아 영화 평에 누군가가 로버트 애거스 감독이 자주 남자들의 우둔함을 영화로 표현한다고 하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아마 노스페라투에도 그런 그의 시선이 조금은 담겨있지 않았을까.

난 인간의 본능에(특히 자극적인)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노스페라투의 파트너(?)로 선택된다는 대사를 듣고 아마 프리드리히 하딩(애런 존슨) 이라는 캐릭터에게도 노스페라투와 관련된 뭔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건 없었다. 그도 그럴게 계속 섹스를 탐하는 그의 대사가 두어번 등장하기 때문이지만 아마 이 캐릭터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좀 더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가부장적인 남자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또 하나 영어를 알면 좀 더 입체감 있게 이 영화가 다가 올 수 있겠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앨런(릴리 로즈뎁)이 여러 번 외치는 'He is coming' 이라는 대사인데 물론 그가 오고 있어 라는 의미가 더 주겠지만 coming은 cum이란 것과 발음이 같다. cum은 사정한 다는 의미로 영화에서 마치 앨런은 노스페라투와

성행위를 하는 것만 같은 자세를 자주 취하고 영화 후반부에선 앨런이 노스페라투에게 악보다 사랑이 더

강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정말 사랑하는 남편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섹스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봐도 아마 이는 감독이 그 중의성을 노리고 넣은 대사 아닌가 추측해본다.

영화는 꽤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속도감이 빠르게 진행되는게 아니라 보통 영화에서는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노스페라투는 플롯이 단단해서 플롯을 다져가는 과정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느린 호흡이 납득된달까.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신파도 납득되면 신파가 아니게 되는 것처럼 쓸데없이 느린 속도가 아니라 영화의 끝을 달려가는데 필요한 속도라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노스페라투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피날레였다고 생각한다.

노스페라투에서 많은 이들이 칭찬하는 조명과 사운드의 정점이랄까. 그 장면이 다가올 때 숨이 턱 하고 막힐 만큼의 강렬함이었다.

노스페라투 원작을 보지 않아서 비교하지 못하게 된 게 아쉽지만 좋은 영화적 경험!

(그치만, Charlie xcx 가 노스페라투에 별점 5를 줬다고 하던데,.. 아마 이건 릴리 로즈뎁과의 친분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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