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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in London<11-1>쎄한 느낌은 옳아.

In 2017

by 글너머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왜?

발렌틴이랑 같이 그 일을 시작하게 됐었기 때문에! 발렌틴도 내가 나가고 난 이후로

파이브가이즈가 더 맘에 안들어진다고 했다. 단순히 내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떠날 애는

절대 아니고 그냥 시스템이 점점 이상해진다면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발렌틴이 그 job을 먼저 찾게 됐는데

그 레스토랑은 bubbledog이란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은 나름 지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컨셉을 내걸었던 레스토랑으로서

샴페인과 핫도그를 주로 하는 곳이었고 샴페인이나 와인을 핫도그라는 casual한 음식과

즐길수 있어요! 를 말하고자 하는 곳이었다. 하나 특이했던 점은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chef들의 수가 비등비등 했는데 왜인고 하니

이 홀 뒤에 나름의 비밀스런(?)공간이 존재했고 거긴 특별한 dining experience를 제공하는

뭐 요즘으로 치자면 오마카세였다. 그런데 이제 서양식 요리를 곁들인.

하루 단위로 예약손님들을 받고 10명 이내로 받았던 듯 하다 .그래서 private하게 요리를

코스로 쫙- 제공해주는 거였고 뭐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비싼 값은 아니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꽤나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었다. 한명당 100파운드가 넘었던 것 같은데

밥에 100파운드를 쓴다고? 라는 생각이 그땐 지배적이었던 동시에 또 부러웠다.


Anyway, 그래서 causal함을 추구하는 척 하지만 posh하기도 하단 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도 그럴게, 영국에서 만나 같이 일하게 된 외국인들 무리 중

얘네가 진짜 제일 재수없없다.

이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발렌틴은 역시 바로 일해도 좋다고 연락이 왔고 그 기세에 힘입어 나도 얼른 따라 apply 했다.

그때의 나는 발렌틴 뒤만 졸졸 쫓아다녔었다.

인터뷰를 엄청 잘 본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합격! 아, 그리고 여기 최고의 복지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 유독 일요일 오프를 좋아했던 나는 쌍수 들고 환영할 조건이었고

이제 여기서 일 열심히 해야지, 영어도 많이 배워야지 했다.


일단 이 곳이 파이브가이즈나 내가 그 전에 잠깐 일했던 곳과 제일 달랐던 점은

홀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 애들이어도

상급 레벨의 실력이었고 그도 그럴게 이 bubbledog은 관광객들보다 영국인들에게

알려진 곳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어쨌건 잘해야 했다.

그렇지만 일단 홀에 투입되기 전에 음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이유로 일주일간은

주방에서 food runner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음식이 나오면 손님 테이블에 갖다주는 그런

아주 단순한 역할.

그 안의 chef도 이탈리아-영국 혼혈이어서 영어를 잘 했지만 위의 그것들(?)보단

friendly했고 거기서 만난 여자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bubbledog 에서 만난 사람들 중 제일 인간적이었던 기억이.


발렌틴이랑 나랑은 비슷하게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슷한 포지션을 받게 됐고

그래서 걔가 일하면 내가 쉬고 내가 일하면 걔가 쉬고 하는 식이었다.

발렌틴도 없었고, food runner는 하는 일 없이 몇 시간 내내 주방에 쳐박혀 있고.

지루했다. 근데 지루한것도 지루한건데 그 짧은 기간 동안 홀에서 일하는

매니저 2명 그리고 홀 직원들 몇명은 진짜 묘하게도 쎄했다.


'아냐, 저들이 영어를 잘하는 애들이니까 내가 혼자서 어려워하는 걸거야' 라고

내 마음을 달래도 보았으나

아니다, 그들은 쎄했고 내 예감은 점점 맞아들어갔다.

매니저 2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나이 지긋한 호주 출신 아저씨(이름이 러셀이었나..? 기억은

잘 안나지만 러셀이라고 하자.) 또 한명은 캐나다 출신의 젊은 여자(얘 이름은 기억이 아예

안나서 그냥 캐나다 라고 해야지).

러셀이 내 인터뷰도 봤고 인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터뷰 이후로 묘하게 무관심한 태도, 그리고 캐나다는 눈만 웃고 있지만 속으론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뒤에서 사람 욕을 엄청 할 것만 같은 애였다.


홀 애들도 미국 남자애, 프랑스 남자애, 이탈리아 여자애, 또 1명의 국적이 기억나지 않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남자애들은 그냥 그렇다 치고 국적 기억 안나는 그 여자애가 진짜 별로였다.

이들의 본색이 드러난건 내가 노르웨이를 발렌틴이랑 여행을 갔다오고 난 이후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은근히 날 무시했고, 은근히 날 차별했고, 은근히 나를 따 시켰다.


홀리데이에서 돌아온 직후 러셀과 오픈을 하는데

노르웨이로 홀리데이를 갔다오기 전에 bubbledog에서 직원들끼리 단합하자고

일요일에 모여 논 것 같더라. 발렌틴과 나는 당연히 참석을 안했는데

러셀이 뜬금없이 굉장히 못마땅한 얼굴로 '왜 너는 참석 안했어?' 라길래

'아.. 일이 있었어' 라고 얼버무리는데

그때 이후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오프닝이 조금 느리고 하니까 대놓고 내 일을 못마땅 해하는거다.


아니 이게 뭐지..?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지만 '기분이 안 좋나보다' 하고 넘겼는데,

그 날이 시작이었다. 그들의 횡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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