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7
9월의 홀리데이도 끝나고 그런 그런 날들은 지나갔다.
아, 영화광인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배우들을 많이 아는 편인데 그때 당시에 유명하지 않던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도 얼굴을 알린 sex education 의 오티스 역을 맡은
에이사 버터필드도 만나서 내가 아는 척도 했다!
'나 너 알아! 나 너 영화에서 봤어! 너 Hugo에 나왔잖아 맞지?! 나 너 팬이야 완전 big fan!'
하고 오바를 떨었는데 난 그의 이름도 그때 사실 몰랐다.
그때 그 배우는 그다지 영국에서도 엄청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캐쥬얼하게 햄버거 먹으러
파이브가이즈에 온 영국 청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신기하네..
어쨌든 그는 영국인도 아니고 아시아 여자애가 자기를 안다고 한게 신기했나본지 오더가 끝날 때까지
날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뚫어지게 봤더랬다.
유명인을 파이브가이즈에서 본 건 본거고..
발렌틴과 나와의 유대감은 왠지 모르게 파이브가이즈를 향한 적대감과 비례했다. 파이브가이즈가
싫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첫째로 말했다시피 일은 쉽고, 돈은 벌 수 있고.
뭔가 이대로 있다간 이것만 워홀 내내 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사이 난 파이브가이즈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고 새로 온 General manager는 고맙게도 내 일 능력을
다른 매니저들 보다 훨씬 appreciate해줬다.(뭔가 이 단어가 제일 내가 말하고픈 느낌을 내주는 것 같아
영어 단어를 쓴 점 이해해주시길..!)
여기서 자랑하는 것도 웃기지만 어쨌든 틸에서의 오더 받는 속도나 정확도는 이제 내가 짱이었다구..?!
두번째로는 나와 발렌틴의 연애는 당연히 몇 달 안가서 밝혀졌고 우리는
파이브가이즈에서 공식(?) 커플이 됐는데 당연히 고깝게 보는 시선들이 존재했다.
특히 그 크리스토프. 그 자식은 발렌틴이 나랑 사귄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우리 둘을 떨궈놓으려고 했다.
뭐 shift도 그렇고 조금만 얘기해도 일을 제대로 안하는 취급을 해버리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진짜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그냥 한 귀로 흘릴 면박들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다지 크지 못했다.
일도 재미없고 싫은데 내 친구들은 슬슬 떠나고, 발렌틴이랑 나랑 절대 안 붙여주고.
맘이 붕- 하고 떴던거지.
파이브가이즈가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달갑지 않았고
발렌틴은 나한테 100%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발렌틴의 마음을 더 부추겼던 건 사실이다.
난 발렌틴이 더 잘 되길 바랬다. 똑똑한 애고 굳이 여기서 매니저 할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후에, 발렌틴은 내가 파이브가이즈에서 자기를 그만 두게 한 원인이라며 엄청 까댔지만..
일단 난 9월쯤에 그만 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후에 노티스를 줬다.
날 좋아하던 매니저는 한번 잡았지만 난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나름 미련없이 파이브가이즈를 떠났다.
물론 대책없이 떠난 건 아니었고
발렌틴이랑 데이트 한다고 갔던 고급 restaurant가 있었는데 그 곳의 시급이 굉장히 세단걸 알고
지원을 했다. 그 지점은 경력있는 사람들만 취급해서 이 지점 말고 매니저는 노팅힐 쪽에 있는
조그만 branch에 날 추천했고 그쪽에서 cashier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근데 파이브가이즈를 떠나고 나서 알게 됐다.
내가 문제 였단 걸. 난 발렌틴이라는 커다란 방패막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파이브가이즈에, 그리고
외국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는 큰 착각을 해오고 있었단 걸
새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 지점에서도 난 사람들과 쉽사리 친해지지 못했고 남 눈치 보느라 바빴다.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아마 잊고 싶은 기억이라 내 뇌에서 자정작용을 해버린 걸지도..)
돈도 적게 벌고 일도 재미 없고 모든 면에서 파이브가이즈 보다 더 별로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내 마음을 지배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는 렌트며 생활비며 하는 것들은 1도 고려하지 않고
그 job을 한달도 안돼서 그만두기 위해 다음 job을 찾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