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7
그때부터 러셀과 캐나다 여자 매니저는 날 항상 못마땅해했다. 물론 대놓고 못마땅해한건
아니지만 누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다는 느낌은 보통 맞곤 하니까.
아직까지도 날 왜 안 좋아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수백번 그 날들을 rewind해서 이유를 생각해보려고 해도 내가 그들에게 사교적이지
않았다는 것 밖에는 아무 이유가 없다고..! 진짜 너무 억울하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차별을 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이탈리아 여자애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석에 서있어도 아무 말 안했으면서
내가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서 있으면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손님한테
말도 좀 걸고 돌아다니라고,.. 아니 홀의 끝과 끝은 5초 밖에 안됐다. 그 말인 즉슨
테이블도 몇개 안됐고 내가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건데 뭘 그리 들들 못 볶아서 안달인지.
모두한테 그랬으면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나한테만 그랬다니까 나한테만!
또 캐나다 매니저와 국적이 기억 안나는 한 여자 직원은 둘이 나름 친했는데
나한테 말도 절대 안 걸어줬다. 혹자는 먼저 말 걸었으면 되지 않았냐고 할테지만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일때 가능한거지 아예 나랑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티를 팍팍 내는데
내가 굳이 그래야 돼? 됐다 이거야-
또 아마 내 추측으로는 지들끼리 소문이 돌았나? 홀과는 아예 상관없는
private 오마카세 chef들은 다 남자들로 한 대여섯명 됐는데 그것들도 나한테 갑자기
미묘한 틱틱거림이 묻은 태도를 보였고 난 더 작아졌다.
그 상황에서 발렌틴이 뭐 도와줄 것도 없었고 shift도 잘 안맞았고.
거기다가 그렇게 말을 걸라고 하길래 나도 어쩔때는 마음 먹고 와인이나 샴페인을
손님께 따라주면서 small talk를 시도 한적도 몇번 있었다.
하루는 영국 아주머니(?) 손님께 와인을 따라드리다가 그 분은 친구를 기다리는 상황이셨는데
갑자기 나한테 Can I put it on tab? 이라고 해서.. 움.. 그게 뭔 말일까.. 하다가
그땐 용기내어 '사실 나 영국에 온지 얼마 안돼서 영어를 배우는 중이야. 너 말이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는데 혹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라고 말했고
그 아주머니는 '어머 너무 미안해! 너가 그렇게 솔직히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친구 기다리고 있어서 이거 내 bill에 미리 넣어달라는 뜻이었어.' 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 친절한 설명을 시작으로 그 아주머니는 친구가 오실때까지 그리고 친구가 오고 나서도 날 친구한테 소개해주기도 하고 꽤나 오랜 시간동안 나와 얘기를 이어갔다.
난 그 분들이 가신후 '흥! 봤지? 니들이 그렇게 원하던 Customer service 오늘은 제대로 했다 봤냐?' 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shift를 끝냈다.
근데 웃긴건 그 캐나다 여자 매니저는 봐 놓고도 그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냥 내가 밉다고 말해라 어?
정말 이 기간동안 난 최고의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그때는 내 인생에 제일 힘든 시기가 수능 망하고 나서 지금이 아닐까 할 정도로.
난 입맛이 없던 적이 없는 앤데 그때는 정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입맛도 없어지고,
잠도 못자고 한번은 감기까지 겹쳐서 내 컨디션이 바닥을 치기까지 했다.
입술도 트고 혓바늘도 몇개씩이나 나고. 부모님한텐 절대 말 할 수 없었고
항상 발렌틴한테 찡찡대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파이브 가이즈 이후 2번째 job을 너무 빨리 그만 둬서 돈이 극도로 부족하던 나는
이 job은 그만 둘 수 없었다. 곧 크리스마스 였고 크리스마스 기간엔 holiday 라길래
'그래 조금만 참자. 크리스마스 끝나고 정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 해보는거야. 좀만
재정상황이 안정되면 그때 다른 일 하자.' 라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Holiday로 문을 닫기 한 3-4일전, shift가 끝나려던 찰나 러셀이 나를 불렀다.
발렌틴이랑 같이 퇴근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할말이 있다며 잠깐 남으라길래 알 수 없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날아온 그의 비수.
'우리가 손님도 적어지고 문도 꽤 오래 닫기도 하고 그래서 직원이 이만큼 안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어.
그래서 아마 이제 너가 안나와도 될 것 같아.' 라고.
What..? 내가 뭔 말을 했는지 뭔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
아, 그건 기억난다. '그럼 발렌틴은? 아니 다른 사람들은?' 이란 물음에
'발렌틴은 남아있을 거야. 발렌틴의 performance는 너보다 나았거든. 너의 Performance가 제일 저조했고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어.'
그 이후 난 처음으로 제일 목소리를 높여 내가 지금까지 억울했던 것을 그 짧은 영어로 말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바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발렌틴한테 가서 '나 잘렸어, 잘렸다고!! 말이 돼? 아니 내가 잘렸다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날 지금 잘랐어!' 라며 믿을 수 없다고 날뛰었다.
어찌할 도리 없는 발렌틴도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아니, 워홀 와서 잘렸다는 얘긴 누구한테도 들어본 적 없는데.
내가 그렇게 별로였어? 내 Performance가? 와, 진짜 내가 잘리네.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는 처음 겪어 보는 류의 것이었다.
잘린단 건 고로 그들이 나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고 날 거부 한것 이었다.
내 가치가 완전히 평가 절하되는 느낌을 넘어서서 나라는 존재가
굉장히 무쓸모 하다는 무익한 생각까지 하게 됐다.
내 계획에도 없는 퇴출은 그 후로 날 몇일 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그저 발렌틴 옆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다.
그런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결국 겪어버린 악몽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