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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너머 Jul 19. 2023

엑소 오빠들 너무 보고 싶었다구요

왜 눈물이 나냐

울컥거림을 해소 하고자 즉흥적으로 매거진을 하나 열어버렸다.

컨텐츠를 너무 사랑하는 나는 컨텐츠로 울컥거릴 때가 꽤나 잦지만, 이 울컥거림은 누군가와 

공감하고 얘기하면서 해소 하는게 제격인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글로 해소할 수 밖에. 


엑소가 컴백한 건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흥미가 그다지 가지 않았고 

오 컴백 다 같이 모여서 하는건 진짜 오랜만에 듣는 거 같은데? 정도의 느낌이었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컴백 이전에 몇명의 멤버들이 소속사와 분쟁 비슷한 걸 겪는 것 같길래

해결 잘 하고 나왔나보네, 잘 됐다. 그 정도였다.


저녁밥을 먹고 유튜브를 이리 저리 둘러보다 최정훈의 밤의 공원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으르렁을 공연하는 엑소 영상이 있길래 틀어보았다가 울컥 하고 울어버렸다. 

엑소는 단지 공연을 했을 뿐인데,..

엑소의 으르렁은 들을 때마다 내 2013년을 소환시킨다. 

내 2013년은 엑소의 으르렁으로 표현되어도 좋을 만큼 내 2013년의 지분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은 엑소 신드롬, 으르렁 신드롬 이라고 말해도 모자를 만큼

대한민국이 난리였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맘 편히 좋아할 수 없었던게

재수를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만큼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서도

그때 엑소 영상을 자기 전에 보는거, 그들의 무대를 보는 건 유일한 탈출구 같은 거였다. 

재수가 끝나고 엑소 콘서트도 가고, 그러다가 대학교를 입학하고 세월은 의식 할 새 없이 

흘러 가버렸으며 엑소는 강렬했지만 짧은 잠깐의 '오빠들'로 내 안에 남게 됐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전과도 하고 워킹홀리데이도 가고, 연애도 해보고, 석사도 해보고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엑소도 만만찮은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멤버들의 탈퇴라던가 

결혼이라던가 하는. 

시간의 흐름은 의식적으로 신경 쓰고 있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고 우리는 필수불가결하게도 

그 흐름안에 갇혀 살게 된다. 그렇게 흐르고 흐르다 나와 같은 흐름안에 있던 그들이 

과거의 순간들을 선사할 때 왜 울컥할까? 

진부하고도 진부한 얘기지만 그 때 그 날들의 그것 이기에. 

잠시 지금처럼 모든 것이 텁텁하고 답답하고 버겁게 느껴질 때 그들은 '지금'의 모습으로 '예전'의 

기억을 소환한다. 지금 무대에서 보이는 그들의 여유는 예전 패기 있던 그때의 그들과 다르고

그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방증'해버린다'. 

과거의 기억들을 부르는 현재의 그들. 흘러버린 시간을 증명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들려오는 그 날들. 

나 아마 이것때문에 울컥했는지도.


과거는 절대 지금과 같을 수 없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마저도 1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듯이. 딱 그만큼 시간은 가혹하고 잔인한데 특히 난 기억에 살고 추억에 사는 사람이라 

남들보다 좀 더 과거에 얽혀 사는 사람이다. 아니지 사실 모두가 마음 한 켠에 과거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는 지도 몰라. 그게 아니면 타임머신을 다루는 영화, 책들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없다. 

시간은 이렇게 심술궂어서 우리를 평생토록 그리움에 목 마르도록 만들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시간은 잘못한 것이 없다 사실. 그냥 나아가고 있는 것일 뿐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사실 나의 몫인데.


근데 돌아갈 수 없단 걸 알기에 현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건 절대로 아무나 깨우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아무리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 해도 삶의 어느 지점에 남는게 후회라는 것인데 이런 거 보면 신은 공평하다. 

막 20살된 청년이 이 진리를 깨우치고 후회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는 삶을 산다면 나 같이 좀 시간이 흘러 

어렴풋이 이해를 하는 사람들은 억울하잖아! 

나이를 먹는 대신 삶을 살아가면서 깨우치게 되는 게 있는데 그 능력은 살아보면서 체득하게 되는 삶의 어떤 부분이라는 점에서, 그래서 신 그리고 삶은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공평하다. 

어린 우리들은(나도 누군가에겐 젊고 어릴 테니까!) 지금의 그 푸릇푸릇함과 패기로 훗 날에는 후회할 수 있는

삶들을 살아보는거다. 그래야 훗 날 그때의 그 시절들을 반추해보며 그리워할테니까.


어쩌면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아름답고 그래서 과거는 과거에 남아있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결론은! 엑소 너무 멋있다는거, 엑소 아직 폼 죽지 않았다는거! 

나에게 2013년의, 그리고 내 젊은 시절 한 부분의 상징으로 남아서 그때의 기억 속에 잠시 

살아보게 해주어 고맙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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