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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너머 Jul 23. 2023

오늘의 단상들.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해 놓고. 

런던에 사는 나는 지금 시각 이제  23일 아침 10시. 

23일로 넘어가기 이전의 22일 하루는 나에게 유난히 길었다. 

요즘 내 루틴은 

아침에 일어나 브런치 스토리를 먼저 확인한다. 오늘은 어떤 분들이 봐주셨나, 얼마나 

많은 분들이 봐주셨나. 그리고 호기롭게 시리즈의 다음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의 오후 다섯시까지 점심 먹는 시간 빼고 요즘 내가 해야 하는 

프로젝트(?) 구상과 계획에 열중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면 아르바이트를 가고

하지 않는 날이면 저녁을 해 먹고 한 두시간 정도 다시 컨텐츠를 조금 만들다가 

씻고 나서 브런치 스토리에 하나의 글을 더 써서 올린다. 


근데 어제는 그 전날의 아르바이트가 힘들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일어나는 것 부터가 힘들었다. 아, 아니다. 일어나는 건 내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는데

배가 고파서 잠이 깬거였기 때문에 나름 헤비하게 밥을 먹고 그대로 다시 곯아떨어졌다. 

'원래 같으면 커피 한 잔 타서 다시 해보자!'

하고 책상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했을텐데 오늘은 머리도 아프고 잠이 쏟아져 

12시까지 자버렸다. 내가 제일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 중 선호하지 않는 게 느지막히 일어나는 건데,

오늘은 첫 시작이 12시부터여서 이미 기분이 상해 버렸다. 


그래도 해보자 하고 일어나서 정돈을 하고 브런치를 딱! 확인한 순간

조회수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처음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써 보자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 

이유라고 하면

1.글 쓰는 건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에 흥미가 있던 나를 

보고 아빠는 아직도 내가 방송 작가가 되기를 원하신다.

2.글을 브런치에 써보자 써보자 하고서는 한번도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아왔던 지난 

비생산적인 나의 생활을 이제는 청산해야 해서. 

3.글감이 있었다. 이미 내 소개란에도 썼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내 5년간의 영국생활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었고 글로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항상 있었다.


이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 자체가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글쓰기의 공간인 동시에 

그 말인 즉슨 모든 이들이 읽을 수 있고 결국 이 또한 독자들에게 선택되어 소비되는

컨텐츠라는 것. 그래서 나 또한 절대 조회수나 댓글, 라이킷 수에 얽매이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내 글을 꾸준히 쓰면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생길거야, 거기서 내 글쓰기는

이미 가치있는 행위(?)인 거고 나에게도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동기가 될거야 

라는 순수하고도 순진한(?) 다짐에서 이 브런치스토리는 시작되었었다.


근데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감사하게도 몇몇 분들이 봐주셨고

주기적으로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난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보여지는 수치가 있다보니 그 숫자에 은근 신경쓰는 나를 발견했고

또 신경쓰이는 게 당연하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독자들의 흥미,구미, 관심을

끌만한 제목에 과하게 연연하게 되면서 자극적인 주제를 생각해내려는 날 보고 사실 나도 엥?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곤했다는 것.


그리고 어제 아침, 조회수를 확인하고 기분이 급 다운 된 나는 

오늘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보통 글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글 쓸 기분이 도저히 나지 않아서 글도 쓰지 않았고 

집중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집중도 안돼서 오늘은 아예 off 모드로 나를 돌려버렸는데

문제는 내가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다는 사실로 내 하루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난 취준생이고 그래서 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수행해오고 있었는데 

기분에 좌우되버려 내 '하루'조차도 컨트롤 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매우 실망했다. 


적어도 어제의 기분을 좌우 했던 건 낮아지는 조회수였고,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괜시리 속이 상했다. 아마 취준생인 나의 신분과 영 관련이 없지 않으리라.

모든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존감이 높아질 일이 없었고 나름 브런치 스토리에서 

내 부족한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계시구나 라며 나름의 자존감을 키워오고 있었는데 

단순히 이 수치라는 것이 나의 자존감을 뚝-하고 떨어뜨렸다. 


또 동시에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으니까 통계적으로 사람들이 더 관심있어 하는 쪽으로

더 글을 많이 발행해야 하나 란 생각을 안한 게 아니다.(내 국제연애 이야기가 조금 더 조회수가 높다.)

그렇지만 단순히 조회수 때문에 글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는 없었다. 

내 5년간의 영국 생활을 짚어보는 것, 그리고 이 5년의 굴곡 안에서 내가 넘어지면서 배우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자 한 건데 조회수로 삐끗해서는 안된단 생각으로 정신을

똑띠! 차리게 됐다. 


이런 속상했던 날의 끝에도 결국 글을 찾는 나를 보며 글이 나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내 부족하고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다시 한번 내가 왜 이 곳에 글을 쓰기로 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내가 찍은 5년간의 영국에서의 시트콤. 

꿋꿋이 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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