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영웅이 사라지다.

고 안성기 배우를 추모하며

by 호서비 글쓰기

우리 시대의 영웅, 스타들이 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요. 고 이순재, 고 윤석화, 그리고 고 안성기 등이 세상을 등지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들은 비록 은막을 통해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영웅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은막 속의 인물만이 아니었고 은막 밖에서도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본모습보다 영상을 통해 그들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환호와 비난, 비교 등으로 그 사람들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떠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저 가슴이 먹먹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들이 나이를 먹었지만 나도 나이가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해가 바뀌면서 안성기도 고인이 됐습니다. 그는 우리 시대 영화 스타 중의 한 명입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미술관 옆 동물원>, <투캅스>, <영원한 제국>, <하얀 전쟁>, <남부군>, <고래사냥> 등등 그의 출연작은 생각나는 것만도 무지 많습니다. 대부분 봤고요.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였거니 했는데, 부고를 통해 그가 배우 이상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많은 선후배가 그를 조문했고 모두 참담한 심정을 얘기했습니다. 그가 남긴 선한 영향력을 더 많이 말했습니다.


후배들을 잘 챙겼다는 것은 물론이었고 그를 통해 배우란 무엇인가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배웠다는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정우성, 이정재 배우는 상주처럼 빈소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문상 온 선후배들은 입에 붙은 말이 아니라 진심 어린 말로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게다가 장례식 날 그의 아들이 밝힌 편지는 그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고 착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던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배우 등 유명 연예인들이 겪는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이 평생을 살아온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5살 아들에게 넌 커서 이러저러한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라 '착한 사람'이 되라는 것은 누구나 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자신이 착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 아들이 아버지를 보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그는 아들에게 원했던 것보다 더 착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말로 때우는 아버지가 아니라 행동으로 함께한 아버지였습니다. 이 세상 부모가 가장 하기 힘든 일입니다.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식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요즘 세간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만 봐도 그렇습니다. 자기는 부정을 저지르고 자식에게도 누가 되는 그런 행동을 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니 이런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기는 실천하지 못하면서 자식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안성기 배우의 선한 영향력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을 겁니다. 안성기 배우의 편지를 읽으면서 500년 전 퇴계 선생을 생각해봅니다. 선생께서는 '선인다善人多' 즉 '선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성리학적 사단칠정과 리기이원론 등을 가르쳤던 퇴계 선생은 제자와 백성들에게 '경敬사상'의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공경 경, 敬은 이웃을 공경하고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란 말씀입니다. 그리고 경의 실천을 통해 '착한 사람이 많은 선인다善人多'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고 안성기 배우가 아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라는 편지는 안성기의 인생 철학과 아들을 위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했습니다. 선한 사람이 많은 세상을 저도 꿈꿔봅니다.


우리 시대의 선한 사람, 삼가 안성기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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