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파트 분양받았어." "나 이번에 결혼해."
휴대폰 너머로 쏟아지는 타인의 승전보에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소란해지는 아침이 있다.
벚꽃 축제의 화려한 인파처럼, 저마다의 봄을 맞이한
이들이 일제히 꽃잎을 흩날리며 축제를 벌일 때,
나는 고개를 숙여 동백의 푸른 잎을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성공의 배경이나 타인의 인정을 '개화'라 믿으며 산다.
하지만 진짜 단단한 내면은 남들이 보지 않는 계절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사계절 내내 푸르다 하여 이름 붙여진 동백(冬柏).
그 이름 안에는 남들이 무엇을 피우고 지우든, 오직 제 안의 결을 지키겠다는 정갈한 고집이 서려 있다.
나라는 사람의 계절을 아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옷장을 열었을 때 유독 겹쳐 있는 비슷한 색깔의 옷들, 외출 전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나만의 고집스러운 향수 냄새 같은 것들.
그런 사소하고도 분명한 취향들이 모여
나만의 '행복의 기준'이 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자유로움을 느끼는지,
어떤 순간에 나의 영혼이 뜨겁게 타오르는지,
그 기색을 아는 사람은 타인의 계절을 탐하지 않는다.
찬 바람이 불어와야 비로소 붉은 숨을 터뜨리는 동백처럼, 나 또한 내가 가장 선명해지는 온도가 따로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동백은 가는 길 또한 정결하다.
대부분의 꽃이 힘없이 시들어 꽃잎을 하나둘 추하게
흩뿌릴 때, 동백은 가장 붉은 절정의 순간에 송이째 툭,
땅으로 떨어진다.
그 모습은 마치 후회 없는 생을 마감하는 한 인간의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세상적인 성공을 거두고 수많은 사람이 곁을
지켰다 해도, 우리가 떠나는 길에는 돈도, 명예도, 친구도 가져갈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그 무엇 하나 손에 쥐고 갈 수 없다.
결국 인생이란 잠시 다녀가는 소풍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나는 나로서 충분히 뜨거웠는가'
라는 정직한 질문 하나뿐이다.
지저분한 미련을 남기지 않고 온전한 자신을 던지는
동백의 낙화는,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랑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결기다.
나를 알아가는 일은 이토록 단단한 자존을 세우는 일이다. 내가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지, 내 안의 푸른빛이 어떤 시련에도 변치 않을 것임을 확신할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소란함 앞에서도 담담해질 수 있다.
꽃잎이 흩날리는 무수한 축제 속에서도 꼿꼿하게 푸름을 유지하는 동백처럼, 오늘 당신의 이름 뒤에 숨겨진 고유한 계절을 가만히 응시해 보길 바란다.
당신의 계절은 뒤처진 것이 아니다.
송이째 떨어지는 동백의 무게감처럼, 아무것도 이고 갈 수 없는 마지막 순간에도 당당할 수 있는 당신만의 단단한 중심을 채워가는 중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