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먹기

by 김조금

사실 전 날까지 고민했다. 고작 한 기수를 진행했을 뿐인데 다음 기수를 그만두고 싶어졌다. 나는 나의 일상을 얘기할 뿐이기 때문에 단조로운 일상에서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적이다. 특히 매일 아침에 쓰는 간단한 일기조차 쓰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단순히 뭐를 먹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로 꾸역꾸역 아침을 열 때가 대부분이다.


매일 아침이 챌린지인 사람이 있다. 굳이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아도 일상이 챌린지이기 때문에 목표치를 높게 잡으면 바로 그만둔다. 7시에 일어나기로 했지만 7시 반이나 8시에 종종 일어난다. 제일 중요한 건 자책하지 말 것. 출근까지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면 된다. 어떻게든 이어가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억지로 나를 일으키는 거다. 속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새로운 기수를 시작하기에 앞서 설명해본다. 매일이 챌린지는 이유는 ADHD 때문이다. 전 날 저녁약을 먹지 않고 그게 며칠 이어지면 바로 생활 패턴은 무너진다. 그때부터 자책이 시작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하루를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은 정말 귀한 거다. 왜 고수들이 무언가를 하면 정말 쉬워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숨 쉬는 것처럼 일상이 될 만큼 수련을 다진 거다. 평범한 일상을 위해 수련을 다지는 중이다.

평범하고 챗바퀴처럼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결국 일상의 단조로움은 글에서 한계를 나타낸다. 매주 비슷한 이야기를 말하기 때문에 민망해진다. 이번에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일상 속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소스들이다. 규칙적으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이게 자연스러워지면서 여유가 생기면 글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나는 밥도 아닌 죽이 되는 이야기를 적으려 했다. 나아가 어떤 이야기를 적을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 그저 고민 뿐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일 수 있다. 그냥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을 목표로 하려 한다.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는 포크를 먼저 들어야 한다. 케이크를 한 조각 먹는 것보다 한 번의 포크질을 위하 노력해야한다. 벌려둔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많은 한 입들이 중요하다. 중도포기 하지 않기 위해 마라톤에서 중간에 배치 된 이온음료처럼 연료를 넣어줘야 한다. 요즘 새로 시작한 건 다이어리 꾸미기다. 이것도 꾸준히 하기 위해 1주일에 하나는 하기로 마음 먹었다. 언제? 방금.


오늘 아침에는 일주일동안 미뤄둔 드럼 레슨 숙제를 위해 출근 전 연습실에 갔다. 전 날 미리 했으면 훨씬 편했겠지만 괜히 미뤘다가 아침을 바쁘게 만들었다. 아침 일기는 가볍게 생략. 글쓰기도 미루다가 회사에서 부랴부랴 작성 중이다. 아뿔싸. 점심 회식이다. 시간이 부족해졌다.

오늘은 레슨도 두 개를 가야해서 바쁘다. 퇴근하자마자 첫 번째 레슨 달려가고 두 번째 레슨은 또 두 시간을 달려 받으러 간다. 집에 오면 11시 뚝딱이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리미리 과제를 해결했다면 오늘 마음이 이렇게 불안하지도 않겠지.


어릴 적부터 미리 과제를 해두지 않고 레슨에 가는 날이면 가슴이 늘 불안했다. 쉬는 게 정말 쉬는 게 아니다. 늘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놀고 있다는 불안함,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는 자책감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무한대로.

격주에 한 번 가는 병원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약을 열심히 먹는다고 하지만 놓치기도 부지기수다. 2주에 한 번 가서 일주일 넘게 약을 갔고 가기도 하고 병원 예약을 놓쳐서 며칠 안 남았을 때 부랴부랴 가기도 한다. 천방지축 얼레벌레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은 안 움직이고 결국 한 건 없고. 지금도 글자수 채우기 위해서 아무말이나 지껄이고 있다. 내게는 퀄리티보다 마감이 목적이기 때문에. 더 나아가 다시 운문도 쓸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어렵다. 글쓰기를 5주동안 이어가면서 나름 재미있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러면서도 새롭게 시작할 기수가 너무 두려워서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결제를 망설였다. 자리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리 남았을 때 급하게 결제부터 했다. 후회는 나중의 내가 하라지.

후회는 하겠지만 결과물은 남을 거다. 감정을 배제하고 몸을 움직이면 나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감정에만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자꾸만 돌아가려고 뇌가 가끔 발악한다. 오늘도 내 마음 속의 어린이를 어르고 달랜다. 회사에서 아무리 막내라도 어리지 않은 나이다 이제는. 아직 애기라고 불릴지라도...

회사는 사무 보조로 들어왔기 때문에 알바생 신분이다. 나는 음악이 하고 싶다. 게으르게 하지만 하고 싶다. 숙제를 안 해도 레슨을 가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숙제이기 때문에 금쪽이 레슨생은 오늘도 선생님의 작업실로 떠난다. 언젠가는 우등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쓰기 37기_1주차]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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