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의 반례

고전역학의 붕괴

by 스물여덟

만유인력은 서로의 무게의 곱에 비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멀어질수록 약해지고 무거울수록 강해지는 것이 끌어당김의 이치. 하지만 난 반례를 찾아버렸다. 그것은 바로 침대이다.

침대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지금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침대는 멀어질수록 끌린다. 그래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것 같다. 한걸음 한걸음 멀어지기 아주 고역이다. 힘겹게 거리를 벌려 놓아도 다시 끌어당겨진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틀릴 리가 없는데.

아, 마음속의 거리인가 보다. 마음속에서는 나는 아직 침대 위에 있나 보다. 그래서 아직도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나 보다. 나의 육신은 밖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침대 위에 있다. 내 영혼의 안식처. 스위트홈.


생각해 보니 이런 경우가 매번 있다. 원하는 일을 할 때에는 후다닥 처리하게 되지만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에는 미적미적 처리한다. 나의 마음의 거리가 인력을 조절한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조절하지 못하는 심장의 속도, 동공의 크기처럼 마음도 동하면 가까이 가고 싫어하면 멀어진다. 그러나 내가 마음이 바뀌었던 적이 없었던가?


마음이 바뀌다... 종종 있다. 좋아하는 일이 무덤덤해진다거나, 싫어했던 음식이 좋아진다거나, 아무렇지 않았던 일이 점차 힘들어진다거나. 그래 생각이다. 마음이 동한 이유는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루함, 즐거움, 후회, 피곤함. 내가 대상에게 갖는 생각에 따라 마음이 움직였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른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움직일만한 이유가 필요했고, 그 이유는 대상에게 갖는 감정이다. 그래 이제부터 일을 좋아해 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워져 버린 그림을 아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