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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Oct 18. 2023

나의 붕괴

가금 찾아오는 시간

가끔 모든 일이 소꿉놀이처럼 황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점이 나라는 개인에서 두 인칭 높아지는, 발가벗겨진 느낌. 최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은 더 나쁘다. 최악의 최악.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선을 돌리면 어쩌고, 우리 안엔 우주가 저쩌고... 내가 만들어 낸 모든 것이 너무나 초라하고 볼품없어질 때, 내가 우매함에 봉우리에 있던 것처럼 느낄 때. 바로 지금.




언젠가 나의 세계가 부서지는 순간이 온다. 떨어뜨린 달걀처럼, 분해된 큐브처럼. 그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산산이 조각난 내 자아를 기워맞춰본다. 예전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이 쉬운 길이지만 돌아가면 안 된다. 다시 박살 날 것을 알기에. 그렇게 깊게 침잠한다. 자아에 대해 고민한다. 삶에 대해 고민한다. 세계에 대해 고민한다. 나를 다시 만든다.


다시 만든 나는 이전보다 견고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저번의 충격으론 깨지지 않겠지. 완전히 부서질 때가 다시 만들 때다. 어떻게든 덕지덕지 붙여서 새로운 나를 고민하자.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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