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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Oct 20. 2023

별의 목소리

별이 멀어지면 비명을 지른다.

적색편이 혹은 도플러효과. 구급차가 내게 달려올 때 파장이 짧아져 높은 소리로 들리고, 멀어질 때 파장이 길어져 낮은 소리로 들리는 현상이 도플러 효과이다. 적색편이는 이와 비슷하다.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한다. 멀리 있는 별일수록 빠르게 멀어진다. 별이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져 더 긴 파장인 적색 쪽으로 이동하여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의 전체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는 바깥 우주는 관측할 수 없다. 멀어질수록 적색편이가 심해진다. 그러다가 가청주파수까지 파장이 길어지지 않을까? 그래 별의 목소리다! 그 정도 까지 파장이 길어지려면 얼마나 멀리 있어야 할까? 계산할 능력은 없지만, 별이 은하가 관측할 수 없는 관측의 지평선 너머로 가기 직전에야 그 소리를 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별의 목소리가 아니라 별의 비명 아닐까?


아니 비명이라는 말은 지구 중심적 생각일지도. 지구에서만 보이지 않는 것이고 별은 그 자리에 계속 존재할 테니 별의 인사라고 하자. 작별 인사. 그 별이 우리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그 별도 우리의 인사를 들을 것이다. "안녕 지구와 태양과 우리은하야. 내가 너를 바라본 것처럼 너도 나를 바라봤구나.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만 언젠가 혹시 언젠가 나를 다시 보러 와 줄 수 있겠니?"


언젠가 우주는 별들의 색을 잃을 것이다. 안드로메다를 제외한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부터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까만 밤하늘은 별과 은하들의 작별인사들로 가득할 것이다. 먼 훗날 별이 사라진날. 달마저 져버린 어두운 밤 하늘. 눈을 감고 어둠을 포옹하자. 귀를 바짝 열자. 별의 인사를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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