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열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조금씩 데워지는 물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개구리는 냄비 속에서 헤엄치다가 그대로 익어버리고 맙니다. 이제까지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감지력은 냄비 속의 개구리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지구가 서서히 더워지는 것을 알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극지방의 빙하가 조금씩 녹아내려도 내 삶에는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기후가 변하여 더 더우면 에어컨을 더 틀었고 더 추우면 옷을 더 두툼하게 입고 살았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그냥 1Kg은 가벼운 무게이지만 무게 한계점에 도달한 역도선수는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바벨에 더해진 1Kg에도 쉽사리 무너집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기후관련하여 '역대급'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전례 없는 일, 미증유의 사건이라는 뜻을 갖는 말일 텐데요. 요 몇 년 사이에 너무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구의 기후가 '1Kg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기상관측 이래 처음', '역대급'이란 말에 처음에는 긴장감이 들었습니다만 계속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하고 느슨해졌고 안전불감증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들면서도 몸 따로 머리 따로 놀고 있으니 안전불감증, 분명합니다.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 Downward Rigidity)은 '아래방향(下方)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굳어(경직) 버렸다'는 뜻의 경제용어입니다. 수요가 감소하거나 공급이 증가하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떠한 원인에 의해 하락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번 결정된 가격은 경제 여건이 변화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람들의 입맛에도 하방경직성이 있습니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온실효과의 주범인 가스 발생량이 많은 농산물임에도 입맛 때문에 특정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는 단연코 쇠고기와 돼지고지일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엄청난 수의 소와 돼지들이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뀔 때 상상을 초월하는 메탄가스가 발생합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 더 큰 물질이 메탄가스라고 합니다.
생활용품 사용에도 하방경직성이 있습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편리성의 대명사입니다. 과거에는 자장면을 주문하면 음식배달원이 빈 그릇을 회수하러 왔지만, 이제는 일회용 용기에 담겨서 배달이 되므로 각 가정에서 폐기처리를 합니다. 어쩌다 푸짐한 요리를 주문하면 밥, 국, 반찬, 요리, 야채, 된장, 젓갈 등이 담긴 용기와 수저 등이 모두 폐기물이 되는데 그 양이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플라스틱 용기라서 재활용된다 하지만 재활용을 위한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이 엄청납니다.
크고 힘이 좋아서 잘 달리는 그 대신에 연료소모가 심한 대형 자동차에 익숙해지면 다음번에는 더 크고 강한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마음먹으니 자동차 구입에도 하방경직성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각국의 환경보호정책은 하방경직된 사람들의 경직된 생활양식을 고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배출된 쓰레기를 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The Day After Tomorrow>라는 영화가 2004년에 개봉되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에게 붙여진 재난영화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은 당연한 것 같았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솔직히 기상이변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지만 그보다도 논픽션으로 만든 영화가 스릴 있게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자 이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 가자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차가워진 바닷물이 냉에너지를 엄청나게 발산하여 지구에 급격한 빙하시대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기후온난화로 지구가 추워진다는 인과관계가 모순인 듯 하지만 사실입니다.
바닷물의 온도변화는 1도만 달라져도 재앙에 가까운 비극을 초래합니다. 바다는 지구 전체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고 바닷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바닷물의 수온이 1도 변한다는 것은 그 에너지 변화 역시 상상을 초월합니다.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면 저지대가 물에 잠겨 섬나라가 사라지거나 국토면적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대규모 인구이동에 따른 혼란과 지구생태계에 큰 혼란이 생길 게 분명합니다. 온도 상승은 각종 질병의 원인균들의 증식이 더 빨라지게 하므로 각종 역병의 창궐도 불을 본 듯 뻔한 일입니다.
환경전문가들은 지구의 기후가 오늘날과 같은 지경에 이를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국제 환경회의에는 각국의 관계자들이 참석을 하겠지만 각국의 국가 원수들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회의 석상에서는 사뭇 심각한 발언과 표정을 지었을 것이지만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는 환경보다는 경제발전을 통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게 더 시급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제발전은 당장의 행복을 찾는 방법이고 환경보호는 먼 미래의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구는 당대를 사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고 잘 쓰고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볼 때에는 전혀 지혜롭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육류, 자동차, 일회용품. 사람이 살아가면서 편리하게 행복하게 사는 데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그 소비량도 비례하여 늘어납니다. 늘어난 소비량은 결국 늘어난 폐기물입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인구감소입니다. 감소한 인구가 감소한 생활용품일테니까요.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줄어드는 인구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합니다. 베이붐시대에 태어난 인구가 지금은 노년이 되고 있습니다. 생산인구와 소비인구의 균형이 깨지면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려 해도 불가피하게 하방필연성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경제적인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기후는 '미친ㄴ 널 뛰듯이' 역대급으로 천방지축입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진실이지만 참으로 마음이 불편합니다.
1972년 6월 5일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로 세계 환경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주제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였습니다. 지구는 하나뿐이지만 각 나라는 '지구가 하나뿐인 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가 안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경제이념으로 인식되는 이 지구에서 하나뿐인 빵을 사이좋게 나누어먹자는 생각으로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자는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더욱 '불편한 진실'입니다.
인구유지 출산율은 2.1입니다. <인구수-2+2=인구수>입니다. 0.1은 기타 변수를 고려한 수일 것입니다. 결혼한 두 부부가 두 명의 자녀를 낳아야 하지만, 국가를 유지하는 출산율은 그 국가의 역량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열 마지기 논농사를 하는 데에는 삽과 곡괭이 든 열명이 필요하지만 트랙터를 모는 두 명이 있어도 열 마지기 농사는 가능합니다. '트랙터 모는 두 명의 국가' 대한민국이 되도록 전 국민 매진합시다. 그러고 나서 불편한 진실을 해결하는데 일로매진하는 일등 선진국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