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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Apr 10. 2023

낙타 등의 혹을 제거한 역사 - 1

유대인, 그들은 누구인가 ?

꼴보기 싫어서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지만 그게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앉는데도 불편을 주지만 제거해서는 안될 게 낙타 등에 난 혹이다. 사막을 건너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를 그 안에 담고 있어서이다. 혹이 없는 낙타는 '사막의 배'가 될 수 없다.


나라없이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어딜가나 눈엣가시만 같았던 유대인들은 '낙타 등에 난 혹'이었다. 이방인으로서 이질감. 목숨걸고 지키려는 그들만의 종교. 고리대금업을 통해 점점 커져가는 경제력. 어딜가나 그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어딜가나 이방인었던 그들은 지역 토착민들에게는 뽑아내버리고 싶은 열망의 대상이었고, 그 열망은 유대인들이 경제력과 지식생산과 노동력으로  그 지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추방령이 내려질 때마다 유대인은 대대로 살아오던 생활터전을 잃는 비운의 존재들이었으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면 강한 생존력으로 기어코 뿌리를 내리고야 말았고 그들이 맺는 열매 또한 실했다. 그들의 손에서는 늘 '새로운 가치'들이 창출되었다. 사실 추방령이 내려질 때마다 유대인의 몸값은 오르고 있었다.

 



Diaspora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dia'는 '~을 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동사 'spero'는 '씨를 뿌리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대인 디아스포라(Diaspora)는 BC 586년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끌려간 바빌론 유수 그리고 AD72년 예루살렘 멸망과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된 유대인의 `흩어짐-이산(離散)`을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가는 곳마다 새로운 토양에 그들의 문화를 심었다.  'diaspora'의 의미에 충실했다. 외국에 전해진 인지도 높은 우리 문화를 '한류(韓流)'라고 하는데 한류의 역사는 고작 20년 정도이다. 그러나, 유대류의 역사는 그들의 디아스포라와 시작되었으니 거의 2천년이 넘는다. 탈무드, 랍비, 토라, 미쉬나, 하브루타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들이 모두 '유'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하이네, 철학자 레싱, 음악가 멘델스존, 화가 리버만,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공산주의 이론 창시자 카알 막스, 공산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닥터 지바고>의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스 쉬트라우스, 미 국무장관 헨리키신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쥬커버그 등이 모두 유이다. 그리고 전 세계 인구의 0.1%도 안되는 인구로 노벨상 수상자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유인들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맞서 결단력있게 우크라이나를 지휘하고 있는 그도 유인이다. 그의 증조부는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다. 젤렌스키는 컴퓨터공학 교수인 아버지와 역시 공학도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크라이나 유대인 학자 집안의 후손이다.




쉐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의 유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신 그의 몸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잡는다. 돈을 기한내에 갚지 못한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자기 살을 떼어주어야했다. 결국 둘은 재판정에 서게 되었고, 재판의 결과는 살을 떼어가도 피는 한방울도 흘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통쾌한 판결이 내려진다. 살만 담보로 한 것이지 피까지 담보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토니오의 빚진 돈을 그의 친구가 대신 갚겠다고 해도 샤일록은 거부했다. 돈만 탐한 게 아니라 유인을 멸시하던 안토니오에게로 향한 복수심도 있었을 것이다.


쉐익스피어는 왜 하필 유인을, 왜 하필 고리대금업자로 내세웠을까?

중세 시대에 기독교 문화 속의 유럽은 예수를 로마총독에게 넘겨서 처형한 집단으로 유인을 지목했다. 그들은 어딜가나 천대받았다. 12세기 말까지 그들은 토지와 노예를 소유할 수 없었다. 당연히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었다.  대부업과 상업이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었다. 기독교도가 아닌데다가 고리대금업으로 이자를 탐하는 유인들은 '더럽고 추악한 인종'이라고 여겨졌다. 쉐익스피어가 그의 작품에서 고리대금업자로 유인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한 설정이었다. 남의 살을 떼내어가면서까지 돈을 탐하는 일을 유인 샤일록에게 시킨 것이다.


낯선 이민족의 땅에 내동댕이쳐진 유랑민으로서 유인.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방법은 어떻게든 돈을 모으는 것이었고 허용된 방법은 고리대금업이었다. 오늘날이라면 각광받는 금융업이겠지만 남의 어려운 경제적 처지를 이용해 내 재산을 불린다는 것은 중세 당시로는 일종의 강도짓으로 치부되던 때였다.


선조들로부터 '금융업의 재능'을 물려받은 유인들은 그들이 발을 붙인 곳 어디에서나 부유했다. 얼마나 '미운 이방인들'이었을까. 남의 땅-미운 짓-그런데 부자-게다가 고유의 문화 고수!! 그들은 너무나 눈에 잘 띄는 이질적인 이방인 집단이었다. 자신들은 선민이라고 우쭐대기까지한다.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끝까지 받는다고 믿는다. 언젠가 메시아가 나타나 흩어진 그들을 다시 불러모아줄 것을 그들은 믿고 있었다. 떠나올 때 그 모습 그대로의 그들이 되어서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했다. 그들은 어딜가나 뽑아내고 싶은 눈엣가시였다.

그러나 가시를 잘못 뽑다가 눈까지 크게 다치는 역사적 사례들도 많다. 낙타 등의 혹을 떼내버려 사막을 건너지 못한 캐러반이 되고, 가시를 잘못 뽑아 애꾸눈이 되버린 나라들이 많았다.


( 낙타 등의 혹을 제거한 역사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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