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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Feb 28. 2023

경국지오만의 황제 Napoleon

傾國之傲慢


뭣이라. 알렉산드르 이 자가 정녕 죽고 싶은 겐가!

감히 짐에게 반기를 들다니. 촌구석에 쳐박혀 살다보니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나.


'감히, 나에게 ....' 나폴레옹은 분기탱천했다. 작전실 테이블 주위를 바삐 오가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를 응징하기로 다.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영국과 상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유럽에 내린 자신의 <대륙봉쇄령>을 어긴 죗값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익과 병사들의 목숨보다는 실추된 자신의 명예와 권위를 만회하는 것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걸 봐야한는 자이다. 순간, 나폴레옹은 보이는 걸 보지 못하고, 봐야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천박은 가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졸부의 거만에서 나오듯, 오만한 권력은 권력이 오만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전가보도(傳家寶刀)'로 사용하지 않고 가벼이 휘두름을 일컫는다. 나폴레옹은 오만을 가벼이 휘두르고 있었다. 황제의 오만은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고 황제의 편견은 국제질서와 균형을 혼란스럽게 한다.


 오만은 세상이 나를 버리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이라도 오만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오랜시간 음식을 줄이고 운동의 고통에 힘겨워했음에도 묵직함에서 벗어나는 성공 후 "쉬워~~ 왜 그걸 못해"하고 남에게 말해본 적은 없는가? 그러면서도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수석합격자의 수기를 대하면서는 '쉽다'는 말에서 오만의 기운을 느끼는 자신의 편견에  스스로 불편해진 적은 없었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오만분출 욕구가 압력솥 안의 증기처가득차 쉬익쉬익~~거리는데  타인의 오만에는 인내심이 없다. 오만의 심리만큼 인간세상에 이율배반적인 게 또 있을까? 러시아 정벌의 명을 내리는 순간, 나폴레옹은 제국의 황제가 아니었다. 감정에 휩쓸리는 일개 범부에 지나지 않았다.


 오만이란 자신의 성취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두고서 스스로에게 내린 표창에 타인이 내리는 점수 낮은 평가 값이다.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고, 국가에는 국격이 있다. 개인의 성품이 인격으로 나타난다면 한 국가의 국격은 지도자의 성품에서 나타나기 쉽상이다.  졸부가 보이기 쉬운 추태가 인격을 무너뜨리듯, 猝權力(졸력)에서 나오는 오만은 나라를 도탄에 빠트릴 가능성이 다. 범인의 경우에는 그 오만이 주는 불편을 주변 몇 사람이 견디면 되지만 일국을 다스리는 또는 제국을 다스리는 통치자의 오만은 여러나라를 도탄에 빠트리고 수백만 수천만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있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놀아주지 말라고 찍어놓은 아이와 놀았다고 놀아준 아이를 때린 아이는 왕따범 아이가 된다. 졸권력의 왕따범 황제, 나폴레옹의  오만의 나무도 작은 싹에서 시작된다. 그 싹은 1804년 황제 즉위  때부터 트고 있었다. 졸권력자의 모습이 보인다. 졸부가 돈의 맛에 취하듯 권력의 맛에 탐닉했다. 아이들에게 제국 교리 Q&A를 강요하는가 하면, 자신이 태어난 것이 이 세상에 내린 축복이라 여겨 1806년에 자신의 생일날을 축일로 정했다.  독재자의 귀는 간신들의 입으로 주파수가 맞춰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불세출의 영웅은 자신은 정의의 사도이고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은 척결해야할 대상이라 여겼다. 정상에 서면 사방은 내리막길 뿐이다. 오만에 빠진 권력자에게는 내리막길의 가속이 빠르다.


 모름지기 전쟁이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이다. 외교 전술 물자 무기 병사 병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주변  국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잘 살펴야한다. 전술이 있되 그것이 전투 지형에 맞고 계절에 맞는지를 살펴야하고 무기가 제대로 운용될지를 점검해야하고 병사들의 사기는 어떤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병참이다. 시기를 맞추지 못한 임금 체불이 파업을 부르듯 적재적소적시를 놓친 보급은 전투력을 무너뜨린다.


 평민 출신으로 지존의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은 대립관계에 있던 영국을 고립시키기위해 대륙봉쇄령을 내리게된다. 자신의 위상에 걸맞는 조치라고 여겼고 감히 반기를 들 나라는 없다고 확신했다. 영국으로부터 공산품을 수입하던 러시아는 유럽국가 중 대륙봉쇄령을 어기는 첫국가가 된다. '감히 천하의 나폴레옹의 명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는  분노와 프랑스 대육군의 무소불위한 전력이라면 후진국 러시아 쯤은 간단히 정벌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물밀듯 동토의 땅 러시아로 들어간다. 자그만치 60만 대군이었으니 행군과 우마차로 이어진 행렬이 얼마나 길게 이어졌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나폴레옹의 분노는 침략군 규모만큼 컸고, 침략으로 인한 고난도 행군의 길이 만큼 길 것이었다. 천재적 전략가도 분노와 오만에 차면 오판을 하게되는 우를 벗어나지 못한다. 위대한 황제에서 졸권력자의 범주로의 추락이었다.


초여름에 떠난 원정은 3개월여의 행군 끝에 1812년 9월 7일 보로디노 평원에 이르러 대전투를 치른다. 나폴레옹의 전술은 늘 전면전 전술이었다. 이러한 전투의 승리는 승리라하기에는 '어쩌다 승리'에 가깝다. 이 전투로 하루만에 러시아군 4만 5천, 프랑스군 3만이 평원에서 목숨을 잃었다. 승리라하지만 엄청난 희생 위에 이룬 것이다.  승리를 거둔 나폴레옹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의기양양 모스크바에 입성한다. 하지만 점령군으로서의 약탈 잔치를 기대하며 머나먼 길을 달려온 병사들을 기다리는 건 껍데기 도시였다. 백전노장 쿠투조프의 청야전술로 도시는 비어있었고 먹을 식량은 아예 없었다. 게다가 6일간의 원인모를 모스크바 대화재로 연기에 찌든 속의 오소리 신세가 된다.


 어느덧 러시아의 매서운 겨울을 맞게 되고 끊겨버린 보급을 기다리다 지쳐 본국으로 철수가 시작된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고 러시아군은 청야작전으로 초토화된 경로 이외의 모든 후퇴 길을 다 막아버렸다. 전쟁초 의기양양하게 났던 징벌의 그길이 이제는 먹을 것 없는 동사와 아사의 지옥 길이 되어버렸다. 쿠투조프 장군은 게릴라전으로 프랑스군을 몰아쳤다. 60만 대군이 50만, 40만, 30만으로 줄어들었고 최종 귀환병은 겨우 3만명 정도였다. 지아비와 아들을 잃은 여인과 부모들의 눈물이 강을 이루고 통곡 소리가 천둥소리 보다 컸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장엄서곡>은 노도처럼 밀고 들어가는 프랑스 대육군의 모습을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넣어 표현하였고 퇴각하는 그들에게는 <라 마르세예즈>를 페이드아웃하는 영화장면처럼 그려내고 있다. 대제국의 위상이 오만에 빠져 감정에 휘둘린 지도자의 오판으로 역사 속에서 길이길이 조롱거리로 남게 됐다.


 영토 확장을 영웅의 반열에 드는 기준으로 삼아, 역사가들은 4대정복영웅으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로마의 케사르. 몽고의 징기즈칸,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든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들이 점령한 땅의 넓이에 눈을 빼앗겨 그들이 영웅이라는  사실에 동의를 한다. 피를 부르는 정복전쟁도 불사하는 영웅의 꿈을 꾸며 살고 있다는 묵시적 자인을 스스로 하는 순간이다. 이 세상에는 도처에서 '알렉산더'들이 인도를 향해 말을 달리고, 수많은 '케사르'가 갈리아 원정을 떠나고, '징기즈칸'들이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샤브샤브 식사를 하고,  '나폴레옹' 꿈나무들이 대관식을 꿈꾸고 있다.


 왕의 총애를 받아 왕의 국가운영 총기를 흐리게 할 정도의 미색을 지닌 여인을 경국지색이라 했다.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이다. 경국지오만. 권력에 도취되어 균형감각을 상실한 왕은 나라를 도탄에 빠트린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에 취해 판단이 흐려진  경국지오만의 왕들은 이슬처럼 사라졌고 그 제국은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현시대의 정치 지도자들은 늘 마음에 새겨야 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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