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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Feb 23. 2023

<감각의 제국>:영화 <Matrix>의 또 다른 이름

감각이 솔직해지면 이성도 솔직해진다


진짜의 정의가 촉각이나 후각 미각 지각을 가질 수 있어야 진짜가 되는 거라면 진짜란 두뇌가 해석하는 전자신호에 불과한 거야.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하는 말이다. 


가짜 세계일지라도 감각마저 조종당하게 되면, 그건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세상이 된다는 말일 것이다. 교묘한 매트릭스 프로그램으로 감각마저 조종당하고 살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서도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오감각을 통해 뇌에 받아들여진 정보가 바로 인간 자신이기 때문이다. Matrix라고 불리우는 A.I.로 창조된 가상 현실이 현실 세계를 대치했다는 영화의 전제 자체는 컴퓨터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인간의 영혼도 통제하여  ‘자유의지’라는 인간의 절대 고유권한 마저도 앗아가버리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예언일지도 모른다.


 높은 지능을 가진 고등동물. 만물의 영장. 생각하는 갈대. 내세지향적 종교를 가진 인간. 인간을 두고 말하는 자화자찬의 말들이다. 이에 대해서는 동의와 부동의의 양진영으로 갈라지겠지만, 인간은 감각의 제국에 사는 노예들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두뇌활동은 여전히 정상인 국소마취 시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나면 수술에 대한 기억은 있지만 수술 중의 감각은 전혀 알지 못한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감각에 탐닉하여 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매트릭스 영화를 보면서 ‘감각은 경험을 만들고 경험은 감각을 창조한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는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하느냐에 달린 일이다. 나와 딸아이가 같은 냄새를 동시에 맡는다. 나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그 냄새를 딸아이는 어릴 적에 할머니 품에서 맡은 할머니의 체취라고 하면서 오히려 포근하고 따스한 안정감을 느끼며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울먹인 적이 있다. 


 감각이 주는 경험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다. 감각을 통해 얻은 내 경험을 내 자의대로 기억 속에 저장하고 내 자의대로 불러내어 현재의 내 경험을 해석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것 또한 '자유의지'이다. 나의 감각을 통해 받아들여진 경험이 통제되고 조작된다면 이건 내 몸에 타인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중얼거릴 수 있는 갈릴레오가 되어야 인간이지,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돈다는 것을 경험하고서도 인지능력, 해석능력을 빼앗긴 채 ‘지구는 돌지 않는다.’라고 믿게 되면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가 없다. 갈릴레오의 지동설도 그의 감각의 산물이므로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치매환자는 환자 본인은 행복하다.’ ‘마약중독자는 현실에서 느끼게 되는 감각의 해석결과가 싫어서 마약이라는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로 한 사람이다.’ 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지식력을 얻으려 한 Dr, Faust나 감각을 빼앗긴 채로 오물을 먹으면서도 고기를 먹는다고 믿는 인간이 되려한 매트릭스 영화의 Cyper는 방향은 달라도 인간이기를 포기한 영혼들이다. 인간 네오를 매트릭스 ‘요원’들에게 팔아넘기려 시도한 ‘사이퍼’는 어쩌면 파우스트 박사에게 영혼을 두고 거래를 제안한 악마 ‘Lucifer’를 염두에 둔 Lewis Cyper가 아닐까. 영화 작가의 포석일 수도 있다. 

 

감각은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하는 영혼과 같은 것. 감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름의 결론이다.

  

주인공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라는 것을 알기 전의 그와 ‘그’라는 것을 알고 난 후의 그의 능력은 다르다. 


감각이 솔직해지면 이성도 솔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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