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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Jul 09. 2023

소매치기와 우민화정책의 공통점


2017년 1월에 개봉돼 5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 >이 있었습니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아중 등이 출연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략 3부 검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 扮)은 제법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하여 연달아 터뜨리는 공정한 법의 심판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맘대로 사건을 기획, 재단하는 공권력의 실세입니다. 그의 부하 양동철(배성우 扮)이 후배 검사 박태수(조인성 扮)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들면서)
너, 차혜련 알지? CF 찍고 청순미인. 걔 히로뽕 했거든. 이거 터지면 대한민국 뒤집힌다. 아껴두고 있는 거야. 불리한 상황이 생기거나 여론전환용으로 딱이거든. 묵히고 터트리는 거 그게 중요해. 검사라는 건 그걸 알아야 성공하는 거야.  


가공의 인물, 가공의 스토리를 가지고 만드는 픽션의 세계가 영화라지만 스토리에 대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수긍을 하며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객이 공감을 할 때 영화의 재미가 더해집니다. 정치권에서는 관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 양방 중 어느 한쪽은 그 사건을 두고 '여론몰이용'이라며 흥분합니다. 국민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려 여론을 호도하고자 한다면서 말이지요. 민초들이야 사실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치권 양방 중 한쪽은 국민들을 향해 거짓을 늘어놓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시선을 딴 데로 돌려 덮고 싶은 것을 덮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정권을 잡은 쪽의 성향에 따라 소재의 향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의복은 소매가 넓어서 소매가 지갑과 가방 역할을 했습니다. 소매 안에 든 남의 물건을 몰래 꺼내가는 범죄를 '소매치기'라고 했습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소매치기'라는 범죄가 횡행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현금보다는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시대라 남의 주머니나 가방에서 지갑을 훔쳐내 봐야 현금은 거의 없고 카드만 들어있어서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훔친 카드를 가지고는 마음대로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쓰는 쪽쪽 카드주인에게 실시간으로 결제내역이 전달됩니다. 게다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뒷골목이라 하더라도 블랙박스가 달린 차들이 깊숙한 골목에조차 줄줄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사라진 범죄유형이 되었습니다.


소매치기는 보통 2인 1조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하나는 훔치는 작업을 하고 다른 하나는 작업 대상의 시선을 딴 데로 끌어 동료가 훔치는 작업을 하기 쉽게 만드는 바람잡이입니다. 일부러 범죄 대상의 발을 밟기도 하고, 옷에 이물질을 묻히거나 길을 묻는 척 말을 걸어 주의를 끌기도 합니다.


여론몰이, 여론전환용 사건이라는 게 있고 그걸 터트려 실제로 국민들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그들의 수법은 소매치기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국민의 소매 안에 든 '알아야 할 권리'를 소매치기하는 행위입니다. 선거철마다 '민심은 천심'이라 외치며 길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던 그분이 자신이 다시 뽑히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곧 망할 나라인양 겁을 주기도 합니다. 동네에 도서관이 신축되거나 다리가 하나 놓이면 지어진 건축물은 하나인데 저마다 자기가 한 일이라고 알리는 현수막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내놓은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은 과학이 발달하여 인간이 인공적으로 제조되는 미래 사회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9년간의 전쟁을 치르고 전 세계가  '세계국'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나라로 통일됩니다.  모든 인간은 결혼이라는 속박에 얽매이지 않으며, 고독하지 않고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소마(soma)라는 약물을 수시로 복용합니다. 또 즐거움을 위해 실제 상황처럼 느껴지는 촉감영화를 보고 스포츠를 즐깁니다.


과거에 '우민화 정책'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우민화(愚民化)란 말 그대로 국민을 '우매한 국민'으로 만든다는 만든다는 뜻입니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는 칼라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이 되었고 소위 '에로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되었고, 프로스포츠단이 창설되어 팀의 연고지에 따라 온 국민이 편이 갈라져 경기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하거나 집에서 사무실에서 중계방송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있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는 미래사회에서 우민화정책에 이용될 수단들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고서 소설을 쓴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정치가 불안한 나라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우민화 정책에  '3S(screen, sex, sports)'를 이용했습니다.


남아메리카에는 축구 강국들이 많습니다. 펠레의 브라질, 마라도나와 메시의 아르헨티나, 수아레스의 우루과이, 우고산체스의 멕시코 등이 있습니다. 남미 대륙 국가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혁명과 쿠데타로 정권이 수시로 바뀌고 그리고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부패한 독재정권들과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치가들은 그들의 부패와 무능으로 향한  국민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스포츠라는 'soma'를 이용했습니다. soma의 약성이 체질에 맞고 효과가 컸던지 남미 국가들의 축구 실력은 축구 강호 유럽국가들과의 국제경기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우민화정책은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깨우침이 없는 국민들은 늘 우민이 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학력 수준과 지식수준은 아주 높습니다. 지성을 갖춘 만큼 선거를 통해 올바른 국민의 일군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하고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국민들을 '개나 소'로 아는 소매치기급의 위선위정자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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