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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Aug 30. 2023

부부싸움과 정치

14살 민주는 어제 아빠가 사준 최신형 탭의 새로운 기능과 화질에 감탄하며 세 시간째 2층 자신의 방 책상 앞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화장실로 몇 번 자리를 옮겨가며 널찍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악 듣기, 영화 보기, 게임은 물론이고 놀라운 기능을 하는 어플을 다운로드하면서 오호~를 연발하며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니 신이 납니다. 엄마에게서 용돈도 두둑이 받았겠다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물건도 살 수 있고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쫘악~돌릴 수도 있게 됐습니다. 1주일에 한번 받는 용돈 3만 원을 받은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어제 엄마가 10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덥석 주었습니다. 


갑자기 1층에서 고성이 들립니다. 물건이 넘어지고 깨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민주는 무표정하게 멍한 시선으로 책상서랍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습니다. 이럴 때는 아무 음악이나 상관없습니다. 그냥 1층에서 나는 소리가 안 들리게 해주는 아무 음악이나 상관없습니다. 


민주의 아버지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집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엄마는 집안살림에는 관심이 없는 듯 외출이 잦습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투자 그리고 사자와 팔자를 해가며 쏠쏠함을 넘는 수입을 얻고 있으니 나름대로는 바쁘고 집안살림은커녕 자녀교육에도 관심이 없는듯합니다. 각자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부부가 서로 말하지 않고 알려고 들지도 않으니 굳이 부부가 의논하여 결정할 일은 없습니다. 2년 전에 이사 온 350평 대지에 지하실까지 딸린 2층짜리 건평 150평의 집을 구입할 때 30분간 머리를 맞댄 게 최근의 의논일 뿐입니다. 부부 사이에 사랑이 없으니 서로에게 냉담하지만 이상하게도 서로를 통제하려는 팽팽한 기운은 늘 감돌고 있어서 일촉즉발의 상태입니다.  오늘도 일촉즉발로 집이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영화 <장미의 전쟁>은 바로 민주네집 이야기 같습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민주는 부모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미워도 다시 한번'입니다. 사랑하는가 싶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낳아준 부모라는 생각이 들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우울했지만 이제는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신의 거취를 생각할 만큼 담담합니다. 저렇게 사흘이 멀다 하고 전쟁을 하느니 이혼을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이지만 자식을 아랑곳 여기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며 한 치의 양보도 타협도 없이 대립을 하니 과연 민주 자신에게 닥친 사춘기 온갖 고민과 문제를 의논할 상대가 되어 줄까 하는 생각은 언감생심입니다. 

한 시간이 지나니 1층이 고요해졌습니다. 민주는 친구에게 최신형 탭을 자랑할 방법을 또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국가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어서 민주국가입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정부여당과 야당 중 자기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칠 것 같은 쪽을 지지하며 선거를 통해 자신의 뜻을 표명합니다. 이른바 대의민주정치입니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국민들을 대표하게 되는 정치인은 때로는 국민의 부모가 되어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만한 신의를 가져야 합니다. 때로는 국민의 종이 되어 국민들의 삶을 살피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어야 합니다. 만일 국민들을 외면한 채 정권을 차지하는데만 관심이 있고 온 나라를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면 부모도 종도 아닌 정치꾼일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선거와 실현가능한 올바른 정책실현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뜻이겠지요. 2010년을 전후하여 '무상'이라는 말이 국민복지정책의 대명사처럼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포퓰리즘(Populism)으로 불리기도 하는 정치행태입니다. '내가 만일 당선이 된다면 세대당 얼마를 드리겠습니다' 식의 공약 말입니다. 포퓰리즘은 현대정치에서는 부정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 앞에 '망국적'이라는 말을 붙여 쓰면 천생배필처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에게 용돈을 주듯이 펼치는 포퓰리즘 정치는 공정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이 말대로라면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돈 주고 표를 사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1950년대 60년대 선거철에 나돌던 막걸리, 고무신 제공이 되살아 난 '합법적인 부정선거'가 됩니다. 

이런 방법을 써서 당선이 된다면 공약을 모른 척하는 자는 그나마 양반축에 듭니다. 그러나 다음 선거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으로 죽어도 공약을 지키겠다고 나선다면 정말 큰 일을 낼 사람입니다. 애국지사의 반대 망국지사가 따로 없습니다. 




내년 2024년 4월 10일은 22대 총선거일입니다. 7개월여를 앞두고 있습니다. 거리에 얼굴 알리기용 현수막이 벌써부터 나붙고 있습니다. 곧 추석명절이 다가오면 이번에도 선량 희망자들의 명절인사를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좌우여야 진영대립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큰 액수로 누가 우리를 '기쁘게' 해주려고 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탭을 선물로 받고서 부모의 이혼에도 무감각해지는 민주가 되어서는 안 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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