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게 참 묘합니다. 사실 묘한 것은 말이 아니라 논리입니다. 말은 논리를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논리에 맞게 말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소금 장수 아들과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어머니는 난감합니다. 우산장수 아들 때문에 신이 나면서도 한편 소금장수 아들이 걱정됩니다. 반대로 해가 나면 또 걱정 반 기쁨 반이 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만, 더 전개해보고자 합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불러 말합니다. 내가 해가 나도 힘들고 비가 와도 괴로우니 앞으로는 너희 둘은 해가 나면 둘 다 소금을 팔고, 비가 오면 둘 다 우산을 팔도록 해라. 그러자 아들들이 말합니다. 어머니, 장사는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인데 형제간에 경쟁자가 되어 서로 경계하는 사이가 되면 저희들이 화목하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아이를 잡아먹으려다 딜레마에 빠진 악어,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정치인은 이야기 속의 악어와 어머니 같은 존재일 것 같습니다. 앞을 생각하여 지혜롭고 현명하게 말을 하지 못하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 것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올해 2024년 4월 10일입니다. 정당마다 그 정당의 공천을 받은 출마후보를 정하는데 말들이 많습니다. 후보로 공천을 받은 자가 과거에 한 말이 문제가 되어 시끄럽습니다. 정당은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단체입니다. 그 단체에 속하거나 그 단체에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 정당이 지향하는 정치이념에 맞춘 발언을 하다가 도를 넘어서버리는 일들이 드러나면서 정당의 선거 출마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공천을 받았다가 공천취소 또는 자진 사퇴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 선거보다도 올해 총선거 공천과정에서 유난히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 한심한 일은 정치 이념과 상관없는 말을 하다가 자신의 앞날을 그르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담장 위에서 어느 쪽으로 떨어지느냐 늘 위태롭습니다. 정치인들의 정도를 벗어난 말들이 뇌물수수나 부정선거자금을 받은 것보다는 윤리적으로 덜 타락한 듯 보여서 덜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수가 될 수도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말을 함에 있어서 더욱 지혜로워야 합니다.
학교에 재직할 때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흔히 겪은 일이 있습니다. 두 아이가 서로 친하게 지낼 때 흉금(胸襟) 없이 속사정을 서로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가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둘 중 하나가 제삼의 다른 아이와 친해지면서 전에 친하게 지내던 학생의 '흉금'을 제삼의 다른 학생에게 말해버리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 '흉금'이 자신에 관한 비밀스러운 내용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해야 할 말의 정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과 남에게 그 말을 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런 일은 자라는 청소년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고 성인사회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언론은 이런 일을 신나게 중계방송하고 있으니 언론에도 눈감고 귀 막고 싶어 집니다.
영어 단어로 정치인을 뜻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statesman과 politician입니다. politician은 정치를 뜻하는 policy에서 나온 말이므로 부정적 의미의 '정치'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뜻은 정치인이지만 '정치꾼' '정상배'라는 뜻으로도 사용가능합니다. statesman에서 state는 '국가'입니다. statesman은 국가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일하는 존경받을만한 정치인을 뜻합니다. 공자가 말씀하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치인 스스로 자신들을 정치꾼으로 비하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자고로 세 끝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위대한 국민들의 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혀끝을 조심하고 불법적인 돈을 탐하는 손을 조심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