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의 공식, 웹툰의 미래#1

웹툰 산업의 새로운 BM - 구독 모델

by 이승원

1. 웹툰 BM의 한계: 불법 유통과 구조적 충돌

웹툰 산업은 지난 몇 년간 매우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커진 구조적인 문제 역시 분명히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수익 구조를 흔들고 있는 요소는 단연 불법 유통이라고 볼 수 있다.

'불법 웹툰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8,4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당시 한 해 약 2조 1,89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웹툰 산업의 20%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모 자체보다도, 현재 웹툰 산업의 핵심 수익 구조가 이 불법 유통 구조에 정면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웹툰의 주요 BM은 ‘미리보기’ 회차 결제이며, 이는 결국 이용자가 특정 회차를 더 빠르게 소비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인데, 이 회차 단위 콘텐츠는 한 번 유출되는 순간 거의 동일한 형태로 복제되어 불법 사이트에 업로드되고, 결과적으로 유료로 판매되던 핵심 상품이 무료로 대체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즉, 지금의 웹툰 BM은 단순히 불법 유통의 피해를 받는 구조를 넘어,
유료 상품 자체가 불법 시장에서 그대로 대체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플랫폼이 정상적인 수익을 온전히 확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2. 왜 지금까지 이 구조가 유지되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유는 명확하다. 초기 성장 단계에서는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했던 구조였기 때문이다.

웹툰은 원래 포털 기반의 무료 콘텐츠로 시작되었고, 트래픽 확보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이후 ‘미리보기’라는 회차 단위 과금 모델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수익 구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웹툰은 연재형 콘텐츠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 화마다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고, 이 흐름에 결제가 결합되면서 일부 이용자는 매주 반복적으로 결제를 진행하는 ‘헤비 유저’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높은 ARPPU를 만들어내는 핵심 수익 구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방식은 전체 이용자에게서 고르게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일부 충성도 높은 이용자에게서 반복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매우 효율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일본 망가 산업과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만화 산업은 잡지, 단행본, 애니메이션, 굿즈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예를 들어 '소년점프+'와 같은 웹코믹스 플랫폼은 최신화를 무료로 공개하면서도 광고, 일부 유료 회차, 그리고 IP 확장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다.

즉, 특정 과금 방식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유입 → 팬덤 형성 →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 웹툰 산업은 여전히 회차 결제 중심 구조에 수익이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수익이 일부 유저에 편중되고, 해당 유저의 이탈이 곧바로 매출 변동으로 이어지며, 특정 취향 중심의 콘텐츠가 강화되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성장 단계에서는 효율적이었지만, 산업이 확장되는 단계에서는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3. 대안: 망가 산업의 공식을 적용한 구조 전환

그렇다면 다음 단계에서 웹툰 산업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기존 BM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기존의
“콘텐츠 자체에 과금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이용 경험과 팬덤에 가치를 부여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무료로 제공하되, 광고 시청과 같은 최소한의 불편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무료화가 아니라 유입을 극대화하고 팬덤 형성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조는 동시에 불법 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 요소인 ‘무료’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구독 모델을 결합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구독을 단순한 콘텐츠 접근 권한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 경험을 개선하는 장치로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고 제거, 정주행 편의성, 빠른 소비 경험, 그리고 투표나 이벤트 참여와 같은 기능은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것을 넘어 더 몰입된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 잡지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와도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확장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으며, 외전이나 스페셜 에피소드, 작가 코멘터리, 참여형 콘텐츠 등은 단순한 추가 과금이 아니라 팬덤 기반 소비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IP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이 구조의 핵심은
무료를 통해 유입을 확보하고, 구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며, 프리미엄 콘텐츠와 IP 확장을 통해 수익을 확장하는 데 있다.


4. 리스크와 한계

물론 이러한 구조 전환이 단순하거나 쉬운 선택은 아니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리스크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우선 기존의 헤비 유저 중심 매출 구조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구독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단기적인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광고 기반 모델은 설계 방식에 따라 이용자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이탈을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의 수준과 빈도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구조는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플랫폼 전반의 시스템과 수익 분배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실행 난이도 역시 높은 편이며, 일본과 달리 아직 IP 확장 구조가 충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5. 결론: 결국은 방향의 문제다

웹툰 산업은 이미 충분히 성장해 왔고, 이제는 단순히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회차 단위 과금 모델은 초기 성장 단계에서는 분명히 효율적인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불법 유통과의 구조적 충돌, 헤비 유저 의존, 그리고 콘텐츠 편향이라는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으며, 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다음 단계로 확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제약이 존재한다.

일본의 망가 산업은 이미 이러한 문제를 단일 수익 모델이 아닌, 유입과 팬덤, 그리고 IP 확장을 결합한 구조를 통해 해결해 왔으며, 이는 단순히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웹툰 산업 역시 이제는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며, 구독, 광고, 프리미엄 콘텐츠를 결합한 구조는 그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이 모델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다른 구조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한계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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